한진주기자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사업성이 낮은 노후·고밀 주거지 용적률 체계를 개편하고 공공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분담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조합원을 위해 주택연금과 연계한 정비사업 도입 필요성과 함께, 부동산 시장 하방 압력을 해소할 수 있도록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폐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18일 '주택공급 활성화와 부동산금융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정책을 제안했다.
부동산 PF 위기와 금리상승 영향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커지면서 지난해 주택 공급은 크게 위축됐다. 지난해 인허가 물량은 39만가구로 전년 대비 25.5% 감소했다. 착공은 21만가구로 전년보다 45.4% 줄었다.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주택 공급 물량 270만가구라는 목표 달성도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부동산 경기가 부진해져 정비사업도 사업성이 나빠진데다 공사비 갈등, 조합원 간 갈등까지 맞물려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곳들이 속출하고 있다.
건산연은 이런 상황에서 노후 주거지 사업성 확보를 위해 현황 용적률을 기준 용적률로 설정하고, 상한 용적률을 '+α'로 부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봤다. 과거 용적률 180% 이하인 저층 아파트를 재건축해 청산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지만 최근 진행 중인 재건축 사업은 10층 이상 중층 아파트나 용적률이 200% 내외인 곳들이 많아 추가 분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1990년대에 중·고밀도로 건립된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아파트 중 현황용적률이 250%보다 높은 경우는 사업 추진이 어려운 실정이다.
건산연은 "용적률을 추가로 부여하는 대신 상응하는 공공성을 확보하도록 하면 사회적 논란도 줄일 수 있다"며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으로 유도하면 기반시설 확보와 사회적 비효율 절감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사업성이 부족한 지역에서 공공참여형 정비사업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정비사업이 용이한 곳과 필요한 곳의 간극이 커지고 있어 자율적으로 사업 추진이 힘든 곳은 공공이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금을 신설하고 도시재생·주거복지 예산을 활용해 재정을 지원하면 공공사업시행자의 재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국공유지를 무상 양도하거나 출자전환하는 방안, 도시·건축 규제 완화도 사업성 개선에 보탬이 된다.
은퇴자나 고령자 등 분담금을 마련할 여력이 부족한 소유자들이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주택연금 연계형 정비사업을 도입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정비사업 도중 일정 시점에 주택금융공사에 소유권을 넘기는 대신 추가 분담금이 발생하면 공사가 우선 부담하고 연금액을 조정하는 모델이다. 지분매각과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있다. 지분을 매각 후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본인이나 직계가족이 지분을 되사오거나 사망 후 상속인이 지분을 우선으로 매수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건산연은 "거주민의 주거 안정을 향상하고 상속을 이유로 지분매각을 꺼리는 고령자들의 요구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건산연은 부동산 시장 수요 진작을 위한 세제개편 방안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꼽았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는 2004년 도입 이후 주택경기가 부진해지자 2014년 폐기됐다가 2017년 부활했다. 수요자들은 매년 정부의 세법과 시행령 개정안 발표 때마다 유예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건산연은 "세율은 중과세율을 제거한 일반세율로 부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부자 감세 논란 등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보유기간에 따른 세율을 조정하더라도 중과제는 폐지하고 예측 가능한 제도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