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정기자
이기민기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12일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전문성을 갖고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강소 전문병원들이 실력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전문병원에 대한 지원을 통해 필수 의료 분야 기피를 줄이고, 이른바 빅5(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 병원의 환자 집중도를 낮추겠다는 취지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각급 병원이 병원 규모가 아니라 병원 실력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더 많은 강소전문병원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난 지 4주째 접어든 가운데 한 총리는 "국민과 정부의 간곡한 호소를 외면한 채 불법 집단행동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의대 정원 확대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재차 밝혔다. 의료계는 20년 전에도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다며 오히려 의대 정원 감축을 요구했는데, 그때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더라면 국민들이 위급한 상황에서 의사가 없어 병원을 헤매는 현실은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총리는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의 붕괴라는 위기 앞에 높인 지금의 현실을 또다시 방치한다면 우리가 마주하게 될 미래는 더욱 절망적일 것"이라며 의료개혁 추진 의지에 변화가 없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65세 이상 인구의 입원 일수가 30, 40대와 비교해 11배에 달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2035년 국민의 입원 일수는 현재보다 약 4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전날 의사 집단행동 대응을 위해 뇌혈관 전문 명지성모병원을 방문한 한 총리는 필수 의료와 지역의료가 붕괴해 전 국민이 빅5 병원에 가는 모순을 해소하고, 국민 누구나 '우리 동네 빅5'를 믿고 찾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복지부는 병원 규모뿐만 아니라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전문성을 갖고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전문병원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전문성과 성과에 따른 지원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현재 수가 지원은 병원 규모별 기준이 적용돼 상급종합병원 15%, 종합병원 10%, 병원 5%, 의원 0%의 종별 가산율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병원의 경우 똑같은 치료와 높은 진료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상급종합병원보다 낮은 수가가 지급되고 있어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기 위해 기업을 측면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한 총리는 "수출·수주 사업의 초대형화·장기화에 필요한 수출금융이 적시에 지원될 수 있도록 수출입은행의 법정 자본금을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확대하는 안건이 오늘 국무회의를 거쳐 시행된다"면서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보다 역동적으로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방재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 도출에 나서지 않을 경우 18일을 기점으로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고 깊은 우려를 표한 뒤 교수들이 환자 곁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