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일기자
정부는 지난 3일까지 병원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해 4일부터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과 고발 등 사법처리에 돌입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2차장을 맡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3일까지 복귀한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최대한 선처할 예정"이라면서도 "(돌아오지 않는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서 각종 행정처분, 그다음에 필요하다면 처벌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특히 2020년 의사 집단행동 당시와는 달리 이번에는 구제해 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앞선 구제 조치 때문에 의료 개혁이 지연됐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는 그런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의사단체들은 이런 정부 방침에 '의사에 대한 겁박', '의사 노예화'라고 주장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의협이 전날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연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안덕선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는 연단에 올라 "명령과 통제의 의료정책 기조는 일제 식민통치의 전통에서 시작됐다"며 "전통은 문민정부의 업무 개시 행정명령으로 계승돼 이제는 형사처벌과 면허 박탈이 남발되는 초법적인 극단적 권력 남용의 행태로 진화했다"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3일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열고 의대 증원과 필수 의료 패키지 정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 가운데, 전공의 집단행동을 교사 및 방조한 혐의로 경찰 압수수색을 받은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3일 페이스북에 "소아과 선생님 중 한 분은 이런 나라에서 더 살기 싫다며 용접을 배우고 있다"고 글을 남겼다. 이어 그는 자의로 사직한 전공의들 생활고에 힘든 분들 도울 준비가 돼 간다고도 언급하며 "'의새' 중에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의새는 형사 일곱 명한테 핸드폰, 노트북 죄다 뺏긴 의새"라며 자신의 상황을 토로하기도 했다.
임 회장은 지난 1일 전·현직 의협 간부들과 함께 경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경찰은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과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등 4명에 대한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전공의들 사이에선 '의새 챌린지'도 유행이다. 의사와 새를 합성한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만들어 올리거나 프로필 사진을 교체하는 방식이다. 이는 지난달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이 브리핑에서 '의사'를 비하하는 표현인 '의새'로 들리게 발음한 것을 비꼰 것이다.
한편, 지난달 29일 100개 수련병원 기준 복귀한 전공의는 모두 565명이다. 현장을 이탈해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전공의(9438명)의 6%로, 정부는 현장 점검에서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7854명(잠정)에 대해 '불이행 확인서'를 받았다. 정부는 3일까지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를 대상으로 4일부터 행정처분과 사법 절차에 들어간다. 단순 가담자에게는 '최소 3개월 면허정지' 처분을, 주동자에 대해선 경찰 고발과 사법처리 절차를 개시할 예정이다.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면 최소 3개월에서 1년 이하의 면허 정지 처분과 함께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기소돼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