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우기자
범고래 한 마리가 해양 생태계 최강의 포식자 백상아리를 불과 2분 만에 사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생태계 변화의 신호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로즈대의 앨리슨 타우너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해당 사례를 연구해 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아프리카 해양과학 저널’에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남아공 케이프타운 근처 물개섬에서 800m가량 떨어진 바다에서 범고래 ‘스타보드’가 2.5m, 100㎏ 크기의 백상아리를 단 2분 만에 사냥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사냥은 통상적으로 바다사자나 바다표범, 상어와 같은 큰 사냥감을 2~6마리가 무리 지어 둘러싸는 범고래의 방식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보드 역시 2015년 케이프타운 근해에서 ‘포트’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다른 한 마리와 함께 발견됐다. 스타보드와 포트는 처음에는 작은 상어 종을 사냥했지만 2017년부터는 백상아리를 함께 잡아먹는 모습이 관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스타보드 단독으로 사냥했고 포트는 약 100m 떨어진 곳에서 따로 행동하는 모습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지능이 높은 범고래가 큰 먹이를 개별적으로 사냥하는 일이 전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포악하기로 이름난 바다의 대표 포식자 백상아리를 단독으로 사냥한 사례는 학계에 처음으로 보고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범고래의 백상아리 사냥이 생태계 변화의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타우너 박사는 범고래의 사냥 습성의 변화에 대해 “확실한 증거는 아직 없지만, 기후 변화와 산업형 어업 등 인간의 활동이 해양 생태계에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범고래의 포식이 해안 생태 균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스타보드는 상어 사냥에서 놀라운 기술과 숙련도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범고래가 사람들이 많은 해안 근처에서 사냥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재빠르고 효율적인 단독 사냥을 하는 쪽으로 변화를 꾀하는 것일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연구팀은 스타보드가 길이 6.5m에 몸무게 2.5t까지 성장하는 성체 백상아리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다른 범고래들과 협력 사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