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꾸미고 갔다가 조롱당해…구리게 입고 출근합니다'[베이징 다이어리]

# '샹반으어신촨다'

최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갑자기 떠오른 키워드다. 직역하자면 '구역질 나는', '혐오스러운' 출근 복장을 말하는데, 조금 더 의도와 느낌을 살리면 '구린' 출근 복장 정도로 의역할 수 있겠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SNS가 발달한 중국에서는 특정 밈(인터넷상의 유행)이 공감을 얻으면 급속도로 퍼지고 변주한다. SNS를 휩쓴 사진과 영상 속 복장들은 하나같이 후줄근하면서 촌스럽고 지저분해 보인다.

(사진 출처=웨이보)

기본값은 성의 없어 보일 정도로 대충 껴입은 옷과 추레한 헤어스타일. 물수건으로 눈곱만 떼고 출근하거나, 치마 안에 트레이닝 바지 입기,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혀 조화롭지 않은 옷들을 겹겹이 껴입기, 내복인지 겉옷인지 모를 옷 입기 등의 심화 버전도 있다. '출근 복장이 역겹다고 상사에게 욕먹음' 정도로 해석되는 동영상은 조회 수 800만을 기록하며 관심을 끌었다.

이 기이한 현상은 사실 중국 청년들의 다양한 사회 불만과 의식 변화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최초로 관련 키워드가 생성된 것은 2023년 9월로 추정되는데, 당시 한 블로거가 자신이 근무하던 카페가 겨울에도 난방을 켜지 않아 벨벳으로 된 옷을 겹겹이 껴입은 사진을 올리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 블로거는 이 복장 때문에 상사로부터 혼이 났다는 사연을 온라인상에 올려 호응을 얻었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이를 지적하는 상사에 대한 항의의 심정이 담겨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유행은 출근과 퇴근 이후의 낙차 있는 모습을 함께 SNS에 올리는 것으로 번졌다. 회사에서는 후줄근하게 출근해 그 누구의 주목도 받지 않지만, 퇴근 후 개인의 삶에서는 더없이 화려하게 변신한다. 회사 생활 중 업무와 관계없는 그 어떤 것에도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아 하는 마음과 일과 삶에 대한 분리 의식이 읽힌다. 반대로 너무 꾸미고 회사에 갔다가 상사로부터 '꾸밀 시간에 능력을 키우라'는 조롱을 들었다는 게시글도 눈에 띈다.

요즘 상황은 다소 자극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누가 '더 구린가'를 두고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젠슨황 엔비디아 회장이 중국에 방문해 입어 유명해진 동북의 붉은 꽃 누비옷이나 수면 바지와 수면 양말, 지저분한 어그 슬리퍼도 등장했다. 상황을 자조하며 구림을 뽐내는 것에 은근한 재미까지 느끼는 듯하다.

한 네티즌은 이에 대해 "언뜻 유머를 즐기는 현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직장 문화의 복합적인 모순과 문제를 반영한다"면서 "직장 내 형식주의, 높은 압력, 불만족스러운 근무환경 등이 노출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직장 문화에 대한 깊은 성찰"이라면서 "피상적 이미지와 규범보다는 구성원들의 상황과 실제 요구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래의 직장 문화는 더 인간적이고, 더 포용적이어야 한다"고 적었다.

국제부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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