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보]천주교 역사와 고난이 담긴 ‘아름다운 순례길’ 2코스

하나의 길을 따라 우리나라 종교 명소를 만날 수 있는 트래킹 코스가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순례길 활성화와 종교화합을 위해 2009년 10월 지정된 아름다운 순례길이다. 총 9개의 코스 240㎞로 구성돼 있다.

아름다운 순례길 2코스는 초기 천주교의 역사와 고난이 남겨있다. 전북 완주군 송광사에서 출발해 천호성지까지 이어지는 2코스는 27.1㎞ 길이로 8시간이 소요된다. 이 코스는 전주 팔경 중 하나인 고산천 나룻배를 지나며, 자연경관도 뛰어나다.

코스는 통일신라 말에 처음 기록에 등장하는 유서 깊은 절 송광사에서 시작한다. 이후 코스를 따라 걸으면 오성제를 지나게 된다. 오성제는 완주 소양면에 위치한 호수로 주변 산책로가 잘 정비 돼 있어 걷기 좋다. 특히 이곳에서 2019년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앨범 촬영을 하며 관광객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인근에 오성 한옥마을이 있어 먹거리와 볼거리를 모두 즐길 수 있다.

오성제를 떠나 산길을 따라 걸으면 1893년 비예모 신부가 선교 활동을 하면서 본당으로 정했던 고산성당에 다다른다. 이 성당이 위치한 고산 지역은 1791년 신해박해 이후 천주교 공동체가 형성된 곳이다. 1801년 신유박해 이후에는 전국에서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고산 지역으로 모여들었고, 고산성당은 선교사들이 선교 활동을 위해 정한 주요 거처 중 하나다.

코스는 천주교의 역사와 고난을 이어간다. 고산 지역을 떠나면 코스는 막바지인 천호성지에 다다르게 된다. 이곳에는 순교자의 묘지와 피정의 집이 있어 대표적인 성지순례길로 꼽힌다. 천호성지는 1839년 기해박해를 전후해 충청도 지방의 천주교 신자들이 탄압을 피해 숨어들기 시작하며 교인들의 마을로 조성된다. 특히 1866년 병인박해 때 순교한 성인들이 묻혀있어, 천주교 고난의 역사를 느낄 수 있다.

바이오중기벤처부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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