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기자
"동료들이 떠난 후 일이 너무 몰리고 힘들어서 사직한 전공의 후배가 쉴 겸 도쿄 여행 가려고 했더니, 병무청에서 출국 금지했다네. 혹시 나 북한 사는 거 맞냐. 출국금지 영장도 안 나왔는데 출국금지, 이거 위헌 아니냐."
병역 미필 전공의들이 국외여행 허가를 신청한 경우 일단 보류하고 본청에 명단을 통보하라는 지시를 병무청이 지방청에 내린 가운데, 자신이 의사임을 인증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강제로 출국금지를 당했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왔다. 21일 병무청은 지방청에 보낸 공문에서 “최근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전공의 집단사직서 제출’ 언론 보도와 관련해, 현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의무사관후보생(전공의) 국외여행 허가 지침을 보다 세분화해 운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병역법에 따라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대한민국 남성은 모두 국외여행 전에 병무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남성 의사들은 보통 전공의 수련 과정을 마치고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공보의) 등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데, 그전까지는 의무사관후보생 신분으로 있다. 이 경우 국외여행 허가 신청 시 소속 기관장의 추천서가 필요하다.
정부는 최근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소속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경우에도, 정상 수련 중인 전공의와 마찬가지로 소속 기관장의 추천서를 꼭 받도록 했다. 아직 사직서가 정식으로 수리되지 않았을뿐더러,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대상자가 됐기 때문이다. 다만, 본인 질병 등 사유로 정상 퇴직해 업무개시명령 대상자가 아닌 경우 현행대로 소속 기관장의 추천서를 생략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추천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일단 허가를 보류하고 메모 등의 방식으로 본청에 즉시 통보하도록 했다.
이런 방침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병무청은 중범죄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발령되는 출국 금지 명령이나 다름없는 공문을 보냈다”며 “정부가 의사들을 강력범죄자와 동일시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수호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사직서를 제출했는데도 소속 단체장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정부의 전공의 기본권 탄압은 이성을 상실하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병무청 측은 “병무청이 이들의 국외여행 강제 금지를 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 채 집단행동에 돌입한 병역 미필 의무사관후보생 포함 전공의들의 사표가 아직 수리되지 않은 상태”라고 반박했다. 이어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병역법에 따라 이들의 국외여행 허가는 소속 기관장의 동의를 얻어야 할 사안이라는 기존 입장을 설명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