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연기자
대형 종합병원 '빅5' 병원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집단사직으로 수술·입원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반 외래진료도 취소·연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행동이 발생해도 외래진료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의료 현장의 핵심인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하면서 외래진료에도 차질을 주고 있다.
20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 안과는 전공의 진료 중단 여파로 외래진료가 불가하다는 안내문자를 진료 예약 환자 등에게 발송했다.
세브란스병원 안과 측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사직으로 일반 진료 진행이 어려워 예약된 일정에 진료가 가능하지 않다"며 "현재 내원 시에도 진료가 불가하므로, 병원 정상 운영 시 재예약 요청 부탁드린다"고 설명했다.
세브란스병원은 빅5 병원 중에서도 가장 먼저 단체행동에 들어갔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1~3년 차를 포함한 일부 전공의들은 전날 사직서를 제출하고 의료 현장을 떠났고,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 부재로 수술은 평소 대비 50% 미만으로 축소됐다. 전날까지 병원 측은 "외래진료와 응급실은 정상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지만, 진료과별 상황에 따라 일부 외래진료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병원 관계자는 "사전 검사나 예진이 필요한 진료에 대해서는 외래가 취소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안과의 경우 전공의 예진이 선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전공의가 의료현장을 이탈하면서 외래진료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공의는 교수의 수술과 진료를 보조하고, 입원 환자 상태를 점검하는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예진도 주로 전공의가 맡는다. 그러나 이번 파업으로 전공의 업무를 교수와 임상강사(전임의)들이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전공의 업무와 당직 등을 전임의나 교수들이 맡는다고 해도 예진까지 하기에는 업무가 가중돼 결국 외래진료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수술, 입원뿐만 아니라 일반 외래진료까지 취소되는 사례가 생기자 환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병원 안과를 예약했다가 취소 안내를 받은 윤모씨는 "1년 전부터 예약해 이번 주 금요일(23일) 외래진료를 받을 예정이었다"면서 "당장 필요한 약은 어떻게 받아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20일부터 빅5 전공의 근무 중단이 가시화되면 세브란스병원에 이어 다른 대형병원에서도 외래진료 취소·연기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빅5 병원의 한 관계자는 "오늘 파업 상황에 따라 외래진료를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의사 집단행동 등으로 외래진료에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 발생하면 '비대면 진료'를 통해서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정통령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중앙비상진료상황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주요 상급병원의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난다고 하더라도 외래진료에 영향을 주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만약 이런 집단행동이 장기화해 외래진료 쪽에 문제가 생기면 이 부분을 비대면 진료를 통해서 해소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