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 된 카뱅]⑤국내 넘어 해외로…성장성 큰 동남아 공략

동남아 플랫폼 영향력 큰 '그랩'과 제휴
인도네시아 디지털 은행 지분 투자
태국서 주요 금융지주사와 인가 획득 협력

출범 이후 7년간 고속 성장을 이어온 카카오뱅크가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인구가 많아 성장성이 높은 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세계 시장에 진출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대면 서비스 중심이기 때문에 현지 인력 유치의 어려움과 문화 차이로 해외 진출과 시장 안착에 시간이 걸리지만, 인터넷은행의 경우 비대면 서비스이기 때문에 인기를 끌어모을 수 있다면 빠른 시간 내 시장 안착이 가능하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디지털 은행 ‘슈퍼뱅크’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2022년 싱가포르에 디지털뱅크 GXS를 설립해 금융업 경험이 있는 동남아시아 최대 애플리케이션(앱) ‘그랩’과 싱가포르텔레콤(싱텔)의 컨소시엄을 최대 주주로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 1위 미디어 기업 ‘엠텍’도 지분 투자를 해 다양한 산업 생태계 모두의 주목을 받는 ‘기대주’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그랩은 동남아시아 8개국에서 모빌리티·배달 등 서비스를 제공 중인 회사다.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불리다 실제로 2018년 우버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우버와 합병했다. 우버의 동남아시아 공유차량 서비스를 전담하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 내 차량공유 경쟁사인 고젝마저 인수할 예정으로, 동남아시아에서의 플랫폼 영향력이 매우 크다.

동남아시아 각 분야에서 생태계를 갖춘 그랩이 이처럼 카카오뱅크를 주요 파트너로 삼은 이유는 카카오뱅크의 비대면 금융기술과 플랫폼 역량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양사는 슈퍼뱅크 출범 외에도 다각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의 모바일 금융기술 역량과 그랩의 동남아시아 영향력이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카뱅과 그랩 간 서비스 연동을 통해 사용자 편의성을 강화하고, 사업 제휴와 기술 개발 부문에서의 협력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인도네시아의 잠재력을 눈여겨보고 있다. 세계 4위(2억7000만명)의 인구 대국이면서 금융 산업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휴대전화 보급률, 특히 스마트폰 보급이 잘 이뤄졌다. 반면 인구의 절반가량은 은행 계좌가 없고, 약 2만 개의 섬으로 이뤄져 은행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진다. 그만큼 디지털 금융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외에도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로의 진출도 앞두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6월 태국 주요 금융지주사 SCBX와 태국 가상은행 인가 획득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SCBX는 태국 3대 은행 중 하나인 시암상업은행(SCB)을 계열사로 둔 태국의 주요 금융지주사다.

이는 태국 중앙은행이 ‘지점 없는 은행’, 디지털은행 자격증을 신규 발급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협력이다. 양사는 컨소시엄 구성부터 인가 취득, 설립 준비까지 전 단계에서 협력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는 추후 설립되는 디지털 은행 컨소시엄의 20% 이상의 지분을 취득해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카카오뱅크가 미래 은행의 성공모델로 주목받고 있어, 다양한 기회를 모색해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며 "자사의 모바일 뱅킹 기술력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고 금융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제금융부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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