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7일(현지시간) 기업 실적 호조에 힘입어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전망 시점이 후퇴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기술주의 이익 성장세를 주목하면서 S&P500지수는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올라 5000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56포인트(0.4%) 상승한 3만8677.36에 거래를 마쳤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40.83포인트(0.82%) 오른 4995.06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47.65포인트(0.95%) 상승한 1만5756.64에 장을 마감했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가 상승세를 견인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강자인 엔비디아는 2.75% 상승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11% 올랐다. 메타 플랫폼은 3.27% 상승했고 알파벳과 아마존 주가는 각각 0.87%, 0.82% 올랐다.
태양광 관련 제조업체인 인페이즈에너지는 재고가 바닥을 찍었다는 소식에 16.91% 급등했다. 미 완성차업체 포드는 지난해 4분기 실적과 올해 연간 실적 전망 모두 시장의 예상을 웃돌면서 6.05% 뛰었다. 치폴레도 견조한 실적 발표 후 7.21% 상승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전날 20% 넘게 급락한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는 6.67% 상승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NYCB의 신용등급을 정크(투자 부적격) 수준으로 강등한 가운데 은행은 신임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했으며 지난해 말 이후 예금이 증가해 유동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월트디즈니는 장 마감 후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10~12월 조정 주당순이익(EPS) 1.22달러, 매출 235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시장 예상치(237억달러)를 밑돌았지만, 조정 EPS는 예상치(0.99달러)를 상회했다. 디즈니는 시간외거래에서 현재 7% 넘게 상승하고 있다.
보케캐피털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킴 포레스트는 "실적 중심으로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기업들로도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지난해처럼 뒤처지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Fed의 금리 인하 전망 시점이 뒤로 밀리고 있지만, 낙관적인 실적 전망이 증시 상승을 견인하는 촉매제가 됐다.
금리 인하와 관련해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는 Fed 당국자들의 발언은 이날도 이어졌다. 아드리아나 쿠글러 Fed 이사는 이날 "인플레이션 둔화 신호를 보고 있지만, 아직 금리를 낮출 준비는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으로서는 올해 금리 인하 횟수는 2~3회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며 너무 빠른 금리 인하를 경계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도 "정책 기조를 조정하기 전 더 많은 증거를 확인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골드만삭스의 크리스 매니징 디렉터인 크리스 허시는 투자 메모를 통해 이날 증시 상승과 관련해 "투자자들이 예상보다 늦은 금리 인하에 대해 점점 편안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채 금리는 미 재무부의 10년물 입찰 속에 소폭 상승세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 조정 이후 소폭 상승한 4.11%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2년물 국채 금리도 올라 4.43% 선을 기록 중이다.
밀러 타박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매트 메일리는 "강력한 경제 데이터와 Fed의 덜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발언을 감안할 때 일부 투자자들은 (국채) 수요가 막대한 공급을 충족할 정도로 충분히 강한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유가는 올해 미국 원유 생산량 증가가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소식에 상승세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0.55달러 상승한 배럴당 73.86달러를 기록 중이다. 브렌트유는 0.62달러 오른 79.2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