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달 소비자 물가 2.8%로 둔화(종합)

6개월 만에 2%대로 진입
석유류 가격 둔화 영향
사과 56.8% 상승 등 이달에도 신선식품 큰폭 올라
서민들 장바구니 부담을 커져

새해 첫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8%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2.4%) 이후 6개월 만에 2%대로 둔화했다. 1월 중순까지 국제 유가가 안정되면서 석유류 가격이 하락하고 가공식품 가격 상승도 둔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과가 56.8% 상승하는 등 신선과실은 전년보다 28.5% 올라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은 커졌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15(2020년=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 올랐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 2.4%까지 둔화했다가 8월 3.4%, 9월 3.7%로 상승하는 등 5개월 연속 3%대를 이어갔다. 기상 이변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 유가 불안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1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7월(2.4%) 이후 가장 낮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둔화한 배경은 석유류 가격이 하락하고 가공식품 가격 둔화 흐름이 이어진 게 주요 요인이다. 석유류는 지난해 12월(-5.2%)에 이어 올해 1월에도 -5.0%로 하락세가 나타났다. 1월 중순까지 국제유가는 중동 사태 확산 가능성이 축소되면서 안정된 흐름이 이어졌다. 가공식품은 12월 4.2%에서 3.2%로 둔화했는데, 국산 증류주에 붙는 세금이 줄어들면서 소주 출고가가 낮아진 영향이 컸다. 소주 가격은 전월 대비 6.3%, 전년 같은 달보다 0.6% 낮아졌다.

정부의 전기요금 동결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월에는 전기료가 전월 대비 9.2%, 전년 동월 대비 29.5% 상승하면서 물가가 크게 뛰었었다. 올해 1월 전기·가스·수도 가격 상승률은 12월 9.7%에서 5.0%로 둔화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 동향 통계심의관은 “전년에는 전기료 인상 등이 있었지만 올해는 1분기 요금을 동결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선식품은 이달에도 큰 폭으로 올라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은 이어졌다.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10월 13.3%, 11월 13.7%, 12월 14.5%에 이어 올해 1월에도 14.4% 상승했다. 신선식품지수는 2017년 1월(15.9%) 이후 최대치로 상승했다. 특히 아몬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과실 가격을 반영하는 신선과실지수는 전년과 비교해 28.5% 급등했다.

농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15.4% 올랐다. 특히 사과(56.8%), 배(41.2%), 토마토(51.9%), 파(60.8%) 등이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폭설 등에 따른 기상 여건 악화로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사과와 배는 1년에 한 번 정도 거두는데 생산량 자체가 떨어져 있는 상태”라면서 “설 기간 가격 안정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둔화 흐름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이후 중동에서 첫 미군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어 국제 유가가 재상승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까지 70달러대를 기록했던 두바이유는 82.4달러까지 오른 상태다. 겨울철 지속된 이상기후도 불안 요인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최근 중동지역 불안 등으로 국제유가가 80달러대로 재상승하는 등 2~3월 물가는 다시 3% 내외로 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대 물가가 조속히 안착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가격이 높은 사과·배 등의 가격 안정을 위해 농축산물 할인지원 예산을 100억원 추가 투입하고 올해 사과·배 계약재배 물량도 8000t 확대해 향후 수급 불안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세종중부취재본부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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