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증시 부진에 10대 그룹 시총, 올들어 100조 증발

10대 그룹 시총 합계, 지난해 말 대비 약 107조 줄어
외국인 매도에 따른 대형주 약세·이차전지 부진 때문

연초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면서 10대 그룹의 시가총액이 100조원이나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의 매도로 대형주들이 약세를 보였고 이차전지주들의 조정도 지속되면서 10대 그룹 시총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9일 기준 10대 그룹 시가총액 합계는 1242조8590억원으로 지난해 말 1349억8489억원에 비해 106조9904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그룹 모두에서 시총이 감소했다.

올들어 시총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포스코였다. 포스코는 지난해 말 93조8751억원에서 75조3134억원으로 19.77% 감소했다. 이와 함께 롯데(-12.59%), 현대자동차(-12.08%), LG(-11.71%)가 두 자릿수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가장 선방한 곳은 GS였다. GS는 올들어 시총이 1.8%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밖에 HD현대 -3.58%, 한화 -4.32%, SK -4.36%, 삼성 -5.62%, 신세계 -9.91%의 감소폭을 보였다.

이 같은 10대 그룹들의 시총 감소는 연초 이후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따른 대형주 약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올들어 19일까지 코스피는 6.87%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2.76% 하락했다. 코스피 내에서도 대형주 지수는 7.27% 하락하며 중형주(-5.69%), 소형주(-1.46%)를 웃도는 낙폭을 보였다. 외국인은 올들어 선물시장에서 6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디스인플레이션 되돌림, 지난해 4분기 실적 우려 등으로 대형주를 중심으로 국내 주식시장 비중을 줄였다"면서 "코스피200 중심 시총 상위 대형주들은 외국인 현·선물 동반 순매도 영향에 하락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이어지고 있는 이차전지주들의 부진도 시총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포스코가 지난해 시총이 123%나 늘면서 증가율 1위를 기록한 것이 이차전지주 강세 때문이었는데 이차전지주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올해 들어서는 시총 감소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종목별로 보면 시총 증감률 하위에 이차전지 관련주들이 대거 포함됐다. 포스코DX가 -24.53%로 가장 큰 폭의 시총 감소율을 기록했고 포스코퓨처엠이 -22.42%로 뒤를 이었다. 삼성SDI(-20.76%), SK이노베이션(-19.03%), LG화학(-18.94%)도 큰 폭으로 시총이 줄었다.

특히 지난해 전체 종목 중 가장 주가가 많이 오르면서 포스코그룹의 시총 증가율 1위를 견인했던 포스코DX는 올해 들어서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DX는 지난해 주가가 1087.20% 상승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하면서 주가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포스코DX는 올들어 주가가 단 이틀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연초 7만56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포스코DX는 현재 5만5000원 선까지 내려왔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차전지주들은 연초 이후 주가 부진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수급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권자본시장부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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