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학과 신설을' 'CES 연설 하고싶다'…정부와 소통한 기업인들

과기정통부, AI 최고위 전략회의 개최
민관 20여명 참석…산업 경계 넘는 AI
네카오, 두산로보틱스 등 정부 지원 요청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에서 열린 제5차 인공지능 최고위 전략대화에서 김영섭 KT 대표(왼쪽)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로레알 대표가 CES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을 보고 몇 년 후에는 저 자리에 서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습니다."(김승환 아모레퍼시픽 대표)

"엔지니어 양성을 위해 정부에서 지원해준다면 ‘AI 에브리웨어(Everywhere)’가 한국에서 실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

"AI 전문학과 신설을 제안합니다."(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

범정부 차원의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관이 한자리에 모였다. AI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제5차 AI 최고위 전략대화’에 정부 관계자와 기업 수장들이 총출동한 것이다. AI 기술이 산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을 반영하듯 로봇, 화장품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인들이 처음으로 참여했으며 회의는 이례적으로 전체 공개로 진행됐다.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플라자에선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제5차 AI 최고위 전략대화가 열렸다. AI 최고위 전략대화는 국가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관이 함께 정책·투자 방향,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대표급 협의체다.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IT 전시회 CES에서는 AI 기술이 산업의 경계를 넘어 우리 일상과 기기 전반에 전면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AI 일상화가 생존 전략인 시대에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란 공감대를 바탕으로 이번 회의가 발 빠르게 개최됐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을 비롯해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 위원장, 김영섭 KT 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 기업인들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에서 열린 제5차 인공지능 최고위 전략대화에서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기존 국내 AI 산업을 대표하는 초거대 AI 기업뿐만 아니라 아모레퍼시픽, 삼성전자, 두산로보틱스, KT 등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는 기업인들과 CES 혁신상 수상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먼저 정보통신산업기획평가원(IITP)에서는 CES 2024를 통해 살펴본 AI 동향을 리뷰했다. 4300여개 기업이 참여한 CES 행사의 주제는 ‘전 산업과 일상에 확산되고 있는 AI’였다. 초거대 AI 확산을 비롯해 온디바이스 AI가 부상하고 있는 점, 전통산업과 디지털 기업의 협업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사실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이후 기업인들의 토론이 진행됐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대표는 "왜 우리를 (전략대화에) 초청했을까 의아했는데, 전통산업에 대한 관심과 배려라고 생각한다"며 "저희는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제조·판매하는 소비재 기업이지만 디지털 전환을 눈여겨 봐왔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1위 뷰티 기업인 로레알이 CES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을 보고, 몇 년 후에는 저 자리에 서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제품 기획부터 콘텐츠 제작, 광고 등 전 영역에서 AI 기술을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한 AI 기술을 활용해 개별 소비자의 니즈와 피부톤, 고민에 따라 맞춤형 화장품을 제공하는 등 자사의 맞춤형 사업을 고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테크기업과 대기업의 도움이 절실하다"며 "양손잡이 관점에서 생태계를 만든다면 AI 기술을 잘 활용해서 전 세계 고객들을 대상으로 K-뷰티가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CES 행사 이후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각 산업의 전문가들이 전략대화 논의를 한다고 해 속도감에 놀랐다"고 운을 뗐다. 류 대표는 "로봇에 소프트웨어(SW)를 가미해 사람처럼 동작하는 ‘모션’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할 것"이라며 "기계보다 확장성이 높고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AI와 로봇 엔지니어를 적재적소에 투입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은 온디바이스 AI를 통해 민감한 데이터를 외부 전송 없이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일관된 성능을 제공할수 있다고 했다. 소비 에너지를 절감하는 등 친환경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AI 학과 신설을 공개 제안했다. 그는 "AI 전문인력의 지속적인 양성이 필요하다"며 "반도체 학과 신설 사례와 같이 AI 분야 전문학과 신설과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에서 열린 제5차 인공지능 최고위 전략대화에서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을 비롯해 기업인들이 AI관련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이 장관은 "AI가 언제 어디서나 우리 일상에 함께하는 시대가 열렸으며 주요국은 이미 기업과 국가가 한 몸이 돼 관련 인프라 조성과 투자를 연계하는 등 노력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도 이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기업과 산업의 경계를 넘어 민관이 AI 기반 성장과 도약을 위해 국가적 역량의 대결집을 이뤄야 한다"며 "오늘의 회의가 그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CES에서 혁신상을 받은 강성훈 스튜디오랩 대표, 이동윤 앙트러리얼리티 대표, 김녹원 딥엑스 대표, 유수연 네이션에이 대표, 김정현 리빌더 에이아이 대표 등은 AI가 모든 화두의 중심이 되는 시대에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스타트업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정부의 체계적인 정책 지원이 동반된다면 기업 성장뿐 아니라 해외 수출·고용 창출 등에 기여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 그리고 배경훈 LG AI연구원 원장 등은 AI 일상화 시대 기여를 위한 AI모델·서비스 개발 등 자사의 향후 노력을 소개하며 관련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특히 카카오는 자사의 멀티모달 언어모델 ‘허니비’ 개발 및 공개를 현장에서 최초로 밝혔다.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은 공공 부문과 경제·사회 분야 다양한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는 혁신 AI 기술 도입 관련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다. 고 위원장은 "향후 이러한 사례들이 더욱 확산되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마무리 발언에서 "고금리·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등 대내외 우려가 지속되고 있으며 그 돌파구는 바로 AI 기반 혁신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면서 "오늘 나온 제언을 올해 AI 융합혁신 및 일상화 지원 정책 수립·추진에 반영해 전력투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산업IT부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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