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저평가된 스타트업 지분을 사들이는 세컨더리 펀드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금리 인하 영향이 하반기에나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면서 올해 세컨더리 시장이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컨더리 펀드란 사모펀드, 벤처캐피털(VC)과 같은 기관투자가의 매각하기 어려운 기업 주식 등을 저렴하게 사들이는 펀드를 말한다.
18일 글로벌 투자 업계에 따르면 세컨더리 펀드 운용사 렉싱턴 파트너스는 최근 기관투자가들에게 230억달러 규모의 세컨더리 펀드 출자 계획을 알렸다. 당초 150억달러 조달을 목표로 삼았지만, 높은 수요에 힘입어 운용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10대 VC 중 하나인 스텝스톤도 최근 세컨더리 펀드 결성을 위해 수십억달러의 자금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텝스톤은 이를 위해 지금까지 총 12억5000만달러를 모금했는데, 이보다 2배 이상의 출자 목표액을 설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이는 최근 들어 세컨더리 시장에 높은 수준의 신규 자본이 몰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세컨더리 펀드는 요즘 같은 고금리 시대 특히 주목받는다. 경제 불확실성에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거래량이 시들하자, 제대로 된 가치 평가를 받을 수 없는 기업이 많아지면서다. 유동성이 필요한 기존 투자자와 값싼 가격으로 스타트업 등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신규 투자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나스닥 프라이빗 마켓의 최고경영자 톰 캘러핸은 "VC의 주요 출구 전략은 주로 IPO와 M&A에서 나오는데, 최근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세컨더리 펀드를 통해 회사들을 할인가에 사는 엄청난 기회를 만들어낸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지난해에는 매수자와 매도자 간 희망 가격의 차이가 크게 나면서 생각만큼 세컨더리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캘러핸은 "지난 2년간 VC 회사들이 구매자 희망 가격보다 약 30%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거래 플랫폼 인베스트X의 마커스 뉴 최고경영자(CEO)는 "고금리 여파가 계속되자, 평가 격차는 줄어들기 시작했고 이는 최근 매각 주식의 공급 증가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많은 월가 전문가들은 올해 세컨더리 시장이 정점을 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금리 인하에 따른 영향이 시장에 반영되는 하반기 이후에나 IPO, M&A 거래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마커스 뉴 CEO는 "IPO 시장이 회복되기 전에 (세컨더리) 시장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에 지분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인더스트리 벤처스의 설립자인 한스 스윌든스는 "이번 분기에 (기업) 가치가 본격적으로 조정될 것"이라며 "시장 전반에 걸쳐 가격 하락이 있을 수 있는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거래량이 급등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몇 달이 지난 50년 동안 이런 종류의 증권을 구매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