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순기자
미국 법원이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사기 혐의 재판 기일을 오는 3월25일로 연기했다. 권씨가 재판에 출석할 수 있도록 몬테네그로에서 미국으로 인도될 때까지 시간을 달라는 변호인 측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16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은 이달 29일이던 권씨의 재판 기일을 두 달가량 연기했다. 제드 레이코프 판사는 기일 변경 명령에서 "권씨가 현재 구금된 몬테네그로에서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에 동의했다고 하지만 그가 (재판 일정에) 늦지 않게 석방된다는 절대적인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법원은 변호인 측에서 추가 연기는 없다고 인정한 점을 고려해 요청을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레이코프 판사는 권씨가 재판에 출석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기일을 3월25일에서 더 미루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권씨 측 변호인은 지난 11일 맨해튼 연방법원에 재판 기일을 3월18일 이후로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 측은 몬테네그로에서 권씨의 범죄인 인도 절차가 막바지 단계로, 이르면 3월 중순께 권씨가 미국으로 인도돼 재판에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며 요청 사유를 설명했다. 권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기일 변경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SEC는 가상화폐 사기로 투자자들에게 최소 400억달러(약 54조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를 지난해 2월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권씨는 가상화폐 '테라·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관련해 시세조종과 사기 등의 혐의로 한국과 미국 당국의 추적을 받아왔다. 그는 폭락 사태 전인 2022년 4월 한국을 떠나 싱가포르로 간 뒤 잠적했다가 도피 11개월 만인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으로 출국하려다 검거됐다. 이후 지금까지 몬테네그로에 구금돼 있다. 한국과 미국 사법당국은 모두 몬테네그로 당국에 권씨의 범죄인 인도를 요청한 상태다.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지난해 11월 그의 범죄인 인도를 승인했으나 권씨가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항소법원이 지난달 이를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 재심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