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영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예상 순이익이 잇달아 하향 조정되고 있다. 부도시 손실률(LGD) 조정에 따른 추가 대손비용 적립에 이어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상생금융'의 일환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차주에 대한 이자 부담 완화에 쓰이는 비경상비용을 예상 재무제표에 반영하기 시작한 영향이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아시아경제가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 데이터를 활용해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결기준 지배주주 귀속 예상 순이익(당기순이익)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말 컨센서스 대비 올해 1월 현재 순이익이 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의 지난해 12월 말 예상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5조504억원이었으나 1월 현재 순이익은 4조9524억원으로 1.9% 하향 조정됐다. 신한금융은 같은 기간 4조6662억원에서 4조5488억원으로 2.5% 낮아졌고, 하나금융은 3조7045억원에서 3조6300억원으로 2.0% 줄었다. 우리금융 역시 2조8903억원에서 2조8282억원으로 2.1% 감소했다.
이에 4대 주요 금융지주 전체의 예상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16조3114억원에서 15조9594억원으로 3520억원 줄었다. 금융지주 중 신한금융이 1174억원으로 가장 크게 감소했고, KB금융(-980억원), 하나금융(-745억원), 우리금융(-621억원)이 뒤를 이었다.
한 달 전을 기준으로 하면 감소 폭은 더욱 크다. 지난달 15일 기준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16조7487억원. 한 달 새 컨센서스 조정 규모는 7900억원에 육박한다. 컨센서스를 측정하는 증권사들이 지속적으로 눈높이를 낮추고 있는 셈이다.
주요 금융지주의 4분기 순이익은 희망퇴직금, 충당금 등을 반영해 하향 조정되는 경우가 통상적이지만 이번에는 예년보다 조정폭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LGD 조정에 따른 추가 대손비용 적립을 포함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차주를 대상으로 하는 이자 부담 완화 정책이 추가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은행권은 정부의 압박에 상생금융 방안을 추진하면서 총 2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민생금융 지원을 약속했다. 은행 자체적으로 이자환급에 1조6000억원, 자율 프로그램으로 취약층 지원에 4000억원을 투입하는 방안으로 자영업자 이자환급의 경우 대출금 2억원을 한도로 1년 동안 4% 초과 이자납부액의 90%(차주당 최대 300만원)를 지원하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은 3721억원, 하나은행은 3557억원, 신한은행은 3067억원, 우리은행은 2758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금융권은 주요 은행이 민생금융지원금을 4분기부터 최대 80% 수준으로 반영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영업자 이자지원금 대부분을 지난해 실적에 반영하고, 1년 미만 차주와 자율 프로그램 비용은 단계적으로 올해 반영하는 식이다.
LGD가 상향 조정된 가운데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에 따른 채권 손실 가능성도 변수다. 4대 은행이 태영건설에 빌려준 차입금은 3575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홍콩 H지수를 추종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투자자 배상 문제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의 경우 예년보다 더욱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LGD 조정에 따른 추가 대손비용 적립 및 소상공인 차주 등을 대상으로 하는 캐시백 등으로 은행들의 전반적인 2023년 연간 실적은 2022년 대비 감익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건전성 강화 기조와 민생금융 지원 압박으로 주요 금융지주의 컨센서스 하향 조정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고금리 시기 높은 이자 마진으로 역대 최대 실적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4대 금융지주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2022년 15조7312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2022년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4년에는 지난해에 이어 마진 압박이 지속되겠지만 여신 성장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무엇보다 대손비용에 대한 부담이 완화되며 전반적인 은행의 실적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