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석열정부 2기 경제팀장 최상목의 숙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오는 19일 열린다. 최 후보자는 경제부총리의 자격을 충분히 갖춘 적임자라는 것이 중론이다.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것이란 관측도 지배적이다. 추경호 부총리에 이어 정부조직과 정책에 해박한 부총리가 임명될 것이란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고금리·고물가·내수부진 등으로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하다.

당장 시급한 일은 물가 잡기다. 최근 소비자물가는 3%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은행의 목표물가인 2%에 도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기구와 해외 금융기관들은 내년까지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곡물 가격, 원자재 가격 등이 드라마틱하게 하향 안정되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는 올해보다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물가는 민생과 직결한다는 점에서 세밀한 정책이 필요하다.

자산시장 거품을 걷어내는 데에도 노련함이 요구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면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지만, 이럴 경우 자산시장 붕괴가 우려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 대목에서 연착륙에 대한 암묵적 합의가 있는 듯하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고, 정부는 금융권의 대출을 조절하면서 지금까지 버텼다. 이제부터는 조금 더 상황이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금 수준의 금리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출 부담을 더 이상 버텨내기 어려운 이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시장의 거품을 가라앉히면서도 가계 부도 등을 막아야 한다.

시장 참여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줘서도 안 된다. 정부가 가계에 대출을 받아 집을 사도록 유도하는 정책은 오히려 거품을 더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억지로 집값 하락을 막으려고 하면 위기를 키운다. 부동산시장에서 ‘금리’보다 영향력이 큰 것이 ‘심리’라고 했다. 자산시장을 연착륙시킬 리더십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구조개혁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우리가 직면한 인구절벽, 이에 따른 잠재성장률 저하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노동개혁, 공공개혁, 교육개혁 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늦었지만 인구 감소에 대비한 구체적인 준비작업에 돌입해야 한다. 특히 노동개혁과 공공부문 개혁은 경제부총리가 직접 개입해야 한다. 일자리를 유연하게 만들고, 공공부문의 호봉제를 폐기해야 한다. 지금 인구구조에서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청년세대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낳는다.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주는 첫 단추를 일자리에서 찾아야 한다.

이들 2기 경제팀의 과제 중에서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것은 구조개혁이다.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렸다. 구조개혁을 5년 늦추면 10년을, 10년 늦추면 30년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세계 어느 선진국보다 더 큰 어려움이 우리 앞에 닥칠 것이란 점을 직시해야 한다.

최 후보자는 1985년 행정고시 29회에 합격했다. 경제관료의 길을 시작해 경제정책의 수장이 되기까지 38년이 걸렸다. 그동안 갈고 닦은 능력을 하나하나 아낌없이 보여주길 바란다.

세종중부취재본부 세종=조영주 본부장 yjch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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