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대한민국 형법 제정 70년을 맞아 지난 6일 힐튼가든인 서울 강남에서 국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 중국, 일본의 형법 전문가들이 참석해 각국의 형법 개정 현황을 발표하고 발전방안을 논의했다.
한국 형법은 1953년에 제정됐다. 수많은 법률과 부속법전을 정하는 것이 방대한 작업인데다 한국 전쟁이 발생해 급하게 마련됐다. 전문가들은 타는 목마름만 겨우 해소했을 뿐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형법의 완성’은 이루지 못한 과제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형법 일부 개정은 어느 정도 의미가 있지만, 시대적 상황과 변화를 담아 법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호진 한국형사법학회 부회장은 “한국 형법은 형법 외 특별형법이 많다. 일반 형법의 불완전한 규정을 보완해줄 수 있지만, 법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형법 개정에 있어서 형사특별법을 재검토 및 정비해 형법전에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은 삭제하고 남게 될 부분도 면밀히 검토해 합리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한 개정 작업을 위해 한 번에 종합적 개정안을 제시하기보다 점차적 전면개정이 목표인 점진적 개정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에서의 심사 과정 지체로 제시된 개정안이 전면폐기되는 아픈 경험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가깝고 법 문화도 닮은 일본에 견줘 아쉬운 부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일본은 2023년 성폭력범죄에 대한 법정형을 높이고 부동의성교 등죄를 신설하고, 동의 연령을 만 13세에서 만 16세로 높이는 등 성범죄 규정을 대대적으로 개정했다.
오영근 한양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한국도 2020년 일본과 유사하게 13세 이상 16세 미만자에 대한 간음·추행죄를 신설했다. 일본은 2020년 법무성에 ‘성범죄에 관한 형사법검토회’등을 설치해 신중한 검토와 논의를 거쳐 올해 개정이 이뤄졌지만, 한국은 논의나 연구 과정 없이 개정됐다”며 “형사특별법 범람으로 혼란을 빚는 현재의 ‘누더기 형법 체계’를 극복하고 단정한 형법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상훈 법학박사는 “최근 한국에서는 몇몇 사건이 언론에 보도돼 국민적 공분이 일어나고 국회의원들이 여론 영향을 받아 빠르게 법개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입법 주도권이 언론이나 정부에 있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형사법학자나 학회에 내용과 이유를 설명하고 공청회나 의견 조회 등을 통해 합리적 의견을 수용하는 것이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빈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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