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지기자
올리브영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에 대해 과징금 18억9600만원과 법인 고발 조치를 받았다. 당초 공정위가 많게는 수천억원 대의 과징금과 법인 및 전·현직 대표 고발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낮아진 제재 수위에 올리브영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공정위는 7일 올해 초 조사에 착수한 올리브영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 및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제재안을 발표했다. 이날 공정위는 올리브영이 납품업체들에 대한 행사독점 강요(5억원), 판촉 행사 기간 중 인하된 납품가격을 행사 후 정상 가격으로 환원해 주지 않은 행위(8억9600만원), 정보처리 비용 부당 수취행위(5억원) 등을 통해 부당이득을 얻어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고 판단, 총 과징금 18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당초 법인에 전·현직 대표까지 고발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공정위는 개인 대표이사의 책임성 정도가 고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 법인만 고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올리브영 측은 “(공정위가 지적한 부분에 대해) 내부시스템 개선을 이미 완료했거나 완료할 예정으로 협력사에 진행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해 나갈 것”이라며 “중소기업 브랜드의 성장과 글로벌 진출의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쟁점이었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해 공정위는 열린 결말을 택했다. CJ올리브영의 시장지배적지위를 헬스앤뷰티(H&B) 오프라인으로 한정할 수 있는지가 관건인데, 공정위 전원회의에선 해당 사안에 관해 판단 유보(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는 검찰의 공소장 성격을 띤 심사보고서에서 CJ올리브영의 시장을 H&B 오프라인으로 한정한 것과 다른 결론이다. 이에 따라 제재안 수위도 당초 예상보다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CJ올리브영의 사업자 지위에 대해서도 CJ올리브영 쪽 손을 들어줬다. 그간 CJ올리브영은 줄곧 시장 지위를 H&B로 국한할 것이 아니라 온·오프라인 화장품 유통시장을 하나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1개 사업자 점유율이 50% 이상, 3개 사 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일 경우를 말하는데 H&B 시장에서 CJ올리브영의 시장점유율은 80% 이상에 육박한다.
이날 공정위 측은 “오프라인 판매채널과 온라인 판매채널 간 경쟁 구도가 강화되는 상황인 점 등을 보았을 때 H&B에서 국한하기 보다는 시장이 확대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확정적으로 어디까지 시장을 확정을 했다는 것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올리브영의 독점브랜드(EB) 정책이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에 해당하는지도 해당 정책이 전체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모니터링 후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리브영은 자사에 독점적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납품업체에 대해 광고비 인하, 행사 참여 보장 등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올리브영의 EB브랜드 정책은 이번 공정위 판단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가 위법 결정을 내리지 않은 만큼 CJ올리브영이 EB정책을 지속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중단하도록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H&B 시장을 개별 시장을 보는 시각이 점차 옅어지고 있다"며 "온·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 공정위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