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강녕기자
가짜 뉴스(fake news)가 범람한다고 한다. 정부가 뿌리 뽑겠다고 나설 정도다. 처벌 이야기도 들린다. 문제는 어떤 게 가짜 뉴스인지 정의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일단 가짜 뉴스를 판단하는 잣대는 사실(fact)일 것이다. 그리고 의도를 가지고 팩트를 왜곡해야 처벌 대상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실제 처벌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2015년쯤부터 방송과 신문에 오르내리는 가짜뉴스가 있다. UN이 청년(youth/young people)을 18~65세로 규정했다는 것이다. 올해 뉴스를 검색해도 UN이 65세를 청년이라고 했다는 기사가 여러건 나온다. 그런데 이게 사실이 아니라는 이른바 팩트체크 기사도 보인다. 아무리 찾아봐도 UN은 그런 발표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심지어 대표적인 외국 통신사인 AFP가 2021년 ‘UN은 65세를 청년으로 정의하지 않았다’(United Nations has not classified 18 to 65-year-olds as ‘youth’)는 사실확인(fact check) 기사를 썼다. 다수의 UN관계자에게 물어 사실이 아니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래도 계속 UN이 65세도 청년이라고 했다는 기사가 나온다. 현실적으로 이걸 막거나 처벌할 수 있을까. 논리를 펼치는데 조사가 철저하지 않았다고 지적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의도를 가지고 사실을 왜곡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최근 벌어진 의도적으로 왜곡한 팩트 논란이 있다. ‘OECD 국가들의 평균 상속세율 26%’다. 26%를 기반으로 한 기사가 많이 나왔다. 그런데 최근 26%는 왜곡이고 그 숫자를 13%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38개 OECD 국가 중 상속세가 아예 없는 나라가 14개인데, 쏙 빼고 24개만 가지고 평균을 내니 26이란 숫자가 나왔다는 것이다. 산수 문제라면 정답은 13이다. 처음 그 숫자를 쓴 사람을 찾아내면 의도적 왜곡 여부를 가릴 수 있을까. 아니다. 아마 그 사람은 나는 분명히 상속세가 없는 나라는 제외했다고 말했다고 할 것이다. 또 다른 논란도 벌어진다. 한국 상속세율은 50%다. 그러나 재벌은 60%다. 그렇다면 한국 상속세율은 50%인가 60%인가.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미국은 주마다 다르다는 이야기가 또 나올 것이다. 결국 결론 없이 논쟁이 끝날 가능성이 크다.
신문사에 남을 왜곡의 정수로 불리는 기사가 있다. 나폴레옹이 1815년 3월 엘바 섬을 탈출해 파리로 입성하기까지 20일 동안 프랑스 유력지 르 모니퇴르(Moniteur)를 장식한 기사들이다. 식인귀 소굴(엘바섬) 탈출(3월9일), 코르시카 오우거, 프랑스 남부 상륙(10일), 호랑이 카르푸 항구에(11일), 괴물 그르노블서 야영(12일), 폭군 리옹 도착(13일), 보나파르트 북진, 파리 입성은 불가(19일), 나폴레옹 내일 파리 도착(20일), 황제 나폴레옹 퐁텐블로궁에 도착(21일), 황제 폐하 어제 파리 튈르리궁에 환궁(22일). 불과 2주만에 악마, 괴물이 황제로 진화했다. 수백년간 사람들이 손가락질하고 침을 뱉은 기사다. 하지만 가짜뉴스는 아니다. 팩트가 정확하다.
가짜 뉴스는 문제다. 하지만 정부산하기관, 법원이 처벌할 문제는 아니다.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가짜 뉴스를 가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처벌은 독자와 역사가 한다. 가짜 뉴스를 향해 손가락질하고 침을 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