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기자
김영원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일 국민의힘 정책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여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출입국·이민관리청 신설 방안'에 대해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는데, 내년 총선 역할론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처음으로 의총에 데뷔하면서 연말 개각 전 정치적 보폭을 넓히는 행보로 풀이된다.
한 장관은 이날 의총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모시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돼 참 좋다"면서 출입국이민관리청 신설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는 "아무 조치가 없다면 인구 재앙이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것"이라며 "10년 뒤 지금을 되돌아볼 때 '그때 우리가 정말 잘 결정했다'고 말을 할 수 있는 것이고, 하지 않으면 10년 뒤 '그때 참 잘못했다'고 후회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인구 재앙에 대처하는 근본적 대책은 출산율 제고와 이민정책"이라며 "출산율 제고를 포기하자는 말은 전혀 아니다. 출산율 정책만으로는 정해진 재앙의 미래를 바꾸기에는 시간적, 규모의 한계가 명백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날 한 장관의 의총 참석은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지난해 6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의총에서 반도체와 관련된 특강을 진행했고, 올해 3월에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노후 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주요 내용과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다만 최근 한 장관이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면서 이날 의총 참석은 주목을 받고있다. 한 장관은 지난달 17일 보수 텃밭인 대구를 방문한 데 이어 곧바로 대전을 방문했다. 앞서 지난 7월부터는 목포 조선소, 전남도청, 제주 4·3사건 피해자 명예 회복 기구, 전북 딸기 농가 등 다양한 민생 현장을 찾아 전국적인 스킨십을 넓히고 있다.
한 장관은 최근 개각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당 안팎에서는 내년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하지만 한 장관은 이날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내년 총선 역할론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지금까지 드렸던 말씀에서 특별히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추가 개각을 통한 자신의 교체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무직이지만 임명직 공직자도 진퇴 하는 문제는 내가 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한 장관이 출마해 바람몰이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인해 정권 심판론을 확인한만큼 확장성이 크지 않은 김기현 지도부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비관론이 확산되면서다. 당 쇄신을 맡은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최근 좌초 위기에 놓이면서 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지지를 고루 받는 한 장관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한동훈 장관이)당의 얼굴이 돼야 한다"면서 "지난번에 황교안 대표가 했지만 큰 역할을 못 했고 19대 때는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이 큰 역할을 했다. 이번 총선은 한동훈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할 선거대책위원회가 구성되면 이달 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국 선거를 이끌 수 있는 비례대표 출마가 거론된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SBS라디오에서 "내년 총선에 한동훈 장관은 굉장히 주요한 카드고 본인 선거뿐만 아니고 다른 선거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그런 인물이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많이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 출마를 선언한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도 전날 "국민의힘 여러 가지 후보들 입장에서는 한동훈 장관이 전국구 등으로 가서 여러 지역의 선거를 지원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 하는 바람들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