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개도국 온실가스 감축 지원…정부, 환경 공적원조 전면 개편

환경부 그린 ODA 추진전략 방안 마련
그린 ODA 예산 260% 늘었지만 효과 미흡
"효과적인 전략 마련하자" 공감대 형성
글로벌 녹색시장에 K-원조 브랜드 만든다

정부가 녹색 공적개발원조(ODA) 전략을 전면 수정한다. 효과가 미미한 소규모·일회성 사업은 대대적으로 축소하고 대형·패키지 사업을 확대한다.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과 연계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국내 기업지원’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녹색시장에서 'K-원조' 브랜드 만든다

6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부는 지난 1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그린 ODA 국제개발협력 추진전략 방안’을 마련했다. 그린 ODA란 환경을 고려한 개발도상국 지원 사업이다. 빈곤퇴치만 집중하던 과거와 달리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축 등 녹색전환을 돕는 게 목표다. 환경이 국제사회의 핵심 문제로 대두되면서 그린 ODA의 중요성도 커지는 추세를 고려했다.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수출지원·국제감축 달성과 연계한 대규모 패키지 사업을 기획하고 발굴한다. 일차적으로는 물, 위생, 에너지 분야에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을만한 ‘그린 ODA 브랜드’를 만든다. 향후에는 국제관심도가 높은 생물다양성과 플라스틱 분야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성과가 나타난 ODA는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고, ODA가 종료돼도 온실가스 감축량으로 인정받는 ‘국제감축사업’으로의 연계를 추진한다.

국제협력 파트너십도 적극 활용한다. 환경부는 고위급 양자회담이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같은 다자회의에 앞서 그린 ODA 사업을 사전기획하기로 했다. ODA 사업을 발굴할 때는 정부가 미리 수립한 외교 전략을 우선순위에 놓는다. 1대 1 지원이 여의찮은 취약국가는 다자기구의 국제 네트워크를 활용해 돕는다.

‘녹색전환 이니셔티브(GTI)’에서는 성과창출과 국익실현을 동시에 추진한다. GTI란 지난 3월 한국을 중심으로 6개국과 7개 기관이 출범시킨 기후변화 대응 플랫폼이다. 정부는 GTI를 통해 회원국의 환경 현안과 개발수요를 파악하고, 유망한 ODA 사업을 선점할 방침이다. 사전 검토단계에서부터 감축 실적을 확보하고, 민간진출 가능성이 큰 분야는 후속사업의 연계를 추진한다.

전략적으로 녹색시장 선점…"원조도 해외진출 연결고리"

정부가 ODA 정책을 수정한 배경에는 ‘효과적인 전략이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있다. 한국의 ODA는 개발도상국의 그린 인프라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2021년 환경부 ODA는 53억원에서 올해 193억원으로 140억원(264.1%) 늘었는데, 대부분이 수자원 프로젝트다. 2021년에는 다른 사업이 하나도 없고, 올해도 76억원 남짓이다. 다양한 기후·환경 ODA 사업을 추진 중인 선진국과는 딴판이다.

영세한 ODA가 많다는 비판도 이유 중 하나다. 그간 정부 안팎에서는 ODA 사업 규모가 작아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지난달 7일 국회 예산 결산특별위원회에서 “10억 미만의 ODA는 안 하는 게 낫다”며 “행정비와 출장비에 30~40%는 날아간다. 소액 같은 건 통폐합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소규모 ODA 축소)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환경부 역시 내부 보고서에서 “일회성·소규모 사업 위주로 추진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이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환경부는 그린 ODA 전략이 원활히 적용되도록 사후관리 수준을 함께 높인다. 월별 집행점검회의를 진행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에 준하는 자체 규정을 내년 하반기에 마련한다. 환경부 안에 ODA 통합관리플랫폼을 만들고 동향, 사업정보, 성과 등도 공유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최근 기후변화 문제로 녹색산업이 활성화되고 있고 세계적으로 자국 기업의 관련 시장 진출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추세”라면서 “한국에서도 그린 ODA가 원조라는 자체 목적을 달성하면서 해외진출 등의 연결고리가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세종중부취재본부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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