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한일, EU같은 경제블록 구성해야…中은 경쟁자'

한일, 낮은 경제성장률 직면
10년 뒤 현 지위 유지하려면 경제블록 필요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해 죄송"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중국을 공급망 분야의 강력한 경쟁자로 지목하며 한국과 일본이 유럽연합(EU)과 같은 경제블록을 구성해야 한다고 4일(현지시간) 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최 회장은 이날 워싱턴 D.C. 인근 샐러맨더 리조트에서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열린 '2023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 기조연설에서 "한국과 일본은 과거 세계무역기구(WTO) 시스템에서 많은 혜택을 누렸으나 더 이상 이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없다.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공급망을 비롯해 경제안보 등 많은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며 "중국은 과거 큰 시장이었지만 이제는 에너지를 비롯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공급망 전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자"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일은 경제적으로 실질적 경쟁자가 아니며 호혜적 관계 형성이 가능하다"며 "반도체와 배터리, 공급망 분야에서 서로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한일 모두 낮은 경제 성장률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10년 또는 그 이상의 시간 뒤 우리가 현재의 지위를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며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이를 위해 EU와 같은 경제블록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최 회장은 한일이 주도해 미국, 중국, EU의 뒤를 잇는 제4 경제블록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 30~40년간 우리는 제조업 중심의 수출로 많은 것을 누려왔으나 이런 수출 모델은 효력을 상실했다"며 "다른 방식을 강구해야 한다. 한일 양국에 선택지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아시아 경제블록 모델이 북한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일 주도의 경제블록을 미국 경제와 유기적으로 연결해 한층 큰 '윈윈(win-win)'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미국의 파트너와 미국 경제가 하나로 합쳐지면 한층 큰 하나의 경제블록에 근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어 기자들과 만나 한일 경제협력 가능성과 관련해 "이 방안을 추진해 보는 것이 좋다는 게 일본 재계의 거의 공통된 목소리"라고 부연했다. 그는 "해운, 조선부터 시작해 철강 등도 다 협력이 가능한 (제조업) 분야"라며 "제조업과 관련한 데이터를 공유하면 관련 인공지능(AI)을 통해 제조업이 업그레이드되고 경쟁력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반도체 분야 협력과 관련해서는 "일본이 갖고 있는 장비, 재료와 한국이 생산하는 반도체 이런 것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이 많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협력 분야로는 에너지를 꼽았다. 최 회장은 "양쪽 모두 가장 큰 에너지 수입국이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유지가 될 수밖에 없다"며 "양국이 통합하는 형태로 공동구매부터 사용까지 하면 그 시너지는 수백조(원)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벤처 인큐베이션 분야에서 협력하거나, 제3국의 관광객이 한국과 일본 중 한 국가의 비자만 받아도 다른 국가를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관광 분야 협력도 논의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와 관련해서는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결과를 전혀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스텝이 상당히 꼬여 있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더 진전된 형태의 민관협동 체제가 마련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제1팀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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