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김현정특파원
중국 배터리 업계 9위 기업인 푸넝커지(패러시스에너지)가 국영 손에 넘어갔다. 시장 경쟁 심화의 여파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악화한 재정을 감당할 수 없어 내린 결정이다.
지난달 30일 중국 경제전문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광저우의 국영회사 광저우공콩(광저우공공관리)그룹은 전날 사모펀드를 통해 푸넝커지 지분의 12%를 보유하며 지배주주가 됐다.
2009년 설립돼 장시성 간저우에 본사를 둔 푸넝커지는 중국 주요 전략 배터리 제조업체 중 하나로, 올해 1~10월까지 탑재량(3.88GWh) 시장 점유율(1.32%)을 기준으로 업계 9위다. 회사 지배주주가 된 광저우공콩은 광저우시 정부와 광둥성 재무부가 전액 출자한 국영 기업이다. 철강, 신흥소재, 핵심부품 등 분야에 중점을 둔 자본투자 회사다.
중국 전기차 판매 속도가 둔화하고, 업계에 난립한 배터리 업계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푸넝커지의 재정 상황은 수년간 악화 일로를 걸었다. 2019년까지만 해도 1억3100만위안(약 23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이후 4년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었다. 2020년 3억3100만위안 수준에 달한 적자 규모는 2021년 9억5300만위안, 지난해 9억2700만위안으로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더욱 나빠져 1~3분기 누적 기준 15억6300만위안의 적자를 봤다.
차이신은 금융비용 급증이 회사 재정을 압박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1~3분기 대출 이자 등 금융비용은 전년 대비 155.8% 급증한 1억2000만위안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된다. 이 밖에 탄산리튬 등 원자재 가격 하락과 업계의 경쟁 심화 등이 요인으로 꼽혔다.
이밖에 푸넝커지가 소프트 팩 배터리 개발에 집중했던 '기술 경로' 역시 위험한 선택이었다고 차이신은 진단했다. 파워배터리는 포장 형태에 따라 소프트 팩, 각형, 원통형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소프트 팩의 경우 다른 방식 대비 경량 조재를 사용해 상대적으로 가볍고 밀도가 높다. 그러나 동시에 안전성이나 성능 측면에서 더 높은 요구를 받고, 제품의 일관성이 좋지 않다고 차이신은 평가했다. 업계 선두 업체인 닝더스다이(CATL)와 비야디(BYD) 등은 각형 배터리 개발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과잉 생산에 따른 경쟁 심화에 업계는 새로운 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CATL의 경우 매출의 20%가량이 에너지 저장 분야에서 나왔고, 이는 지난해의 16.3% 대비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반면 푸넝커지의 관련 사업의 매출 비중은 1%에 불과하며, 지난해 0.7%에서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중국의 소비 부진과 보급률 상승으로 전기차 시장이 위축 국면에 접어들면서 추가적인 업계의 구조조정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200여개 업체 중 15개 업체는 실적 부진에 따른 유동성 위기 등으로 파산 직전에 놓여있다.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업체 중 3분의 1은 올해 3분기(7~9월) 차량을 500대도 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