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앞바다서 맹독성 열대 해양생물이…'물리면 사망'

넓은띠큰바다뱀·밤수지맨드라미 발견
온난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이 원인
넓은띠큰바다뱀, 독사보다 20배 강한 독 지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 맹독을 지닌 '넓은띠큰바다뱀'과 산호충류인 '밤수지맨드라미'가 처음 발견됐다. 이들은 모두 열대·아열대 해양생물로, 이번 발견은 국내 바다가 온난화로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다.

26일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무인도 소간여와 거문도 주변 해역에서 주로 열대 바다에 사는 넓은띠큰바다뱀과 산호인 밤수지맨드라미를 처음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 발견된 넓은띠큰바다뱀. [사진출처=국립공원공단 제공, 연합뉴스]

코브라과에 속하는 넓은띠큰바다뱀은 주로 필리핀과 대만, 일본 오키나와 등 서태평양 따뜻한 바다에 서식한다. 이 뱀은 바닷속에서 살다가 번식·산란·탈피는 육지에서 하는 특징을 지닌다. 특히 독이 일반 독사보다 20배 강한 맹독성 해양파충류이기 때문에 물리면 사망에 이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에선 2015년 8월 제주 서귀포시에서 살아있는 넓은띠큰바다뱀이 처음 포획됐다. 다만 이후 연구에서 1995년 부산 수영구에서 잡힌 '먹대가리바다뱀'이 사실 넓은띠큰바다뱀이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된 바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제주, 부산, 경남 통영시, 전남 여수시 등에서 넓은띠큰바다뱀 서식이 확인됐다. 국내 연안에서 발견된 넓은띠큰바다뱀은 대체로 대만이나 일본 쪽 개체가 해류를 타고 넘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 발견된 밤수지맨드라미. [사진출처=국립공원공단 제공, 연합뉴스]

함께 발견된 밤수지맨드라미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수온에 민감해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생태계 변화를 연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생물로 꼽힌다. 밤수지맨드라미는 수심 5~25m, 해류가 빠른 곳에 사는 밤송이를 닮은 산호로, 주로 일본 타나베만과 인도양 등에 분포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주로 제주 해역에 서식한다.

한편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국내 바다에서 열대·아열대 생물이 발견되는 일이 점점 잦아지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 21일 최근 3년간 울릉도 주변 해역에서 관찰된 어류 131종 가운데 열대·아열대성 어류가 76종으로 전체 58.5%에 달했다고 밝혔다. 열대성 어류와 아열대성 어류는 각각 49종과 27종으로 나타났는데, 이를 합치면 온대성 어류(48종·36.9%)의 1.5배나 된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올해 8월 하순부터 9월 초순까지 한반도 주변 해역 표층 수온은 26도로, 위성을 이용한 표층수온 관측을 시작한 1990년 이래 가장 높았다.

이슈2팀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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