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뱅크런 방지 규제 도입해야…예금보험 차등 적용도'

하나금융연구소
'디지털 금융 확산과 은행의 미래' 논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디지털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을 방지하는 규제 도입과 예금보험제도 개편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는 '디지털 금융 확산과 은행의 미래'라는 주제로 제13회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고 12일 밝혔다. 40여 명의 전문가와 전문기관 관계자가 참석한 이번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실리콘밸리뱅크(SVB)사태를 거울삼아 리스크 관리 고도화를 위한 디지털 금융이 강조돼야 한다는 방향성에 공감하고, 이에 따른 잠재적 이슈를 점검했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디지털 뱅크런과 금융안정성'이라는 주제를 통해 SVB의 파산은 미국 역사상 3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었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파산 위험에 대한 정보가 빠르게 공유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SVB는 장기채권에 투자했는데 최근 금리 급등으로 큰 손실을 보았고, 누적된 SVB의 손실이 미실현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감독행위를 주저했다"며 "SVB에 대한 부정적인 소식이 SNS를 통해 급속히 전파된 것이 SVB 뱅크런의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디지털 뱅크런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만기보유증권(HTM)으로 분류된 자산이라도 정부채권과 같이 유동성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 자산이라면 손실에 대해 적절한 적기 시정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자기실현적 뱅크런을 줄이기 위해 부채의 집중을 피하고, 유동성 및 만기에 대한 규제 확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등 건전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기관 자체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강화하고, 자산 및 부채의 다각화를 통해 위험관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기업용 결제계좌의 보험 한도를 높이는 등 예금의 계좌 유형에 따라 차등적으로 예금보험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예금보험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디지털 뱅크런을 겪는 은행의 문제가 다른 은행들에 전염되어 시스템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해당 부실금융기관을 예금보험공사 등의 감독기관이 신속하게 정리할 수 있는 제도 마련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는 금융시장에 진입하는 테크기업들에 동일 행위-동일 규제 접근의 감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진호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빅테크, 핀테크 등 테크기업들의 금융시장에 대한 진입이 효율성 제고 등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리스크를 유발하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완화하는 방안으로 동일 행위-동일 규제 접근의 감독과 규제 체계 수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는 은행산업에서의 바람직한 금융-비금융 협력 구조에 대한 제언도 이어졌다. 전주용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규모 플랫폼 기업, 핀테크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이 리스크를 유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금융 감독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금융부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