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130경기 도둑 중계한 北…손흥민·황희찬 경기만 뺐다

조선중앙TV, 일부 경기 녹화해 무단 방송
전문가 “배상이나 처벌 쉽지 않을 듯”

북한이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경기를 약 130회 무단으로 방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 선수가 등장하는 경기는 제외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4일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하며 “EPL과 북한은 이번 시즌 중계권(media rights) 계약을 맺지 않았다”는 EPL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한국에서 EPL 중계권을 가진 한국 방송사 ‘스포티비’도 북한에 대한 중계권은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VOA에 따르면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EPL 2019-2020, 2021-2022 시즌 일부 경기를 녹화 방송했으며, 최근에는 2023-2024 시즌 경기도 방송하고 있다. 주로 전체 경기 실황을 녹화 중계하는 방식이고, 두 경기를 1개 경기 분량으로 편집하거나 하이라이트 득점 장면을 따로 모아 방영하는 경우도 있다.

손흥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PL의 중계권료는 3년 단위로 국내와 해외 중계권 계약을 한다. EPL의 중계권료는 경기당 중계료가 1000만달러를 웃도는 수준으로, 미국의 미식축구리그(NFL)에 이어 세계에서 중계권료가 가장 비싼 스포츠 리그다. VOA는 “일반적으로 경기당 1000만파운드, 미화 약 1238만달러가 책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2022년 4월부터 올해 10월까지 EPL 경기를 방영한 횟수는 모두 129회에 달한다. 그러나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 황희찬의 소속팀 울버햄튼 원더러스의 경기는 방영하지 않았다. 하위권 팀들을 포함해 거의 모든 팀의 경기가 1번 이상 소개됐지만, 토트넘과 울버햄프턴의 경기는 모두 제외됐다.

VOA는 “현재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토트넘이 방송에서 제외된 것은 의도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PL는 과거에도 유튜브와 구글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유사한 사례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제 사회의 사법 절차에 협조하지 않는 만큼, 실제 법적 조치를 통해 배상을 받아내거나 북한 측 관련자를 처벌하는 것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7월 2023 호주 여자월드컵 경기도 무단으로 중계한 바 있다. 중계권을 가진 FIFA 측은 지난달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여긴다”며 “저작권 침해에 대한 증거가 있다면 잠재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슈2팀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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