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준기자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주민 수십만명에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진행 중인 통일부의 탈북민 피폭 전수검사 결과를 민간에 공개·공유하라고 촉구했다. 정권의 대북 기조에 따라 해석이 뒤바뀌지 않도록 객관적 결론을 도출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태 의원은 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국내에서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 처리수 문제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대단히 높아지고 있는 반면, 우리 코앞에 있는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방사능 피폭 상황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평가가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시아경제 보도를 제시하며 김영호 통일부 장관에게 "문재인 정부 시절 통일부가 일부 과학자를 내세워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이 안전하다는 의견을 발표했던 사실을 아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문제는 정권이 바뀐 다음, 어떤 이유로 우려할 상황이 아닌지 묻자 인터뷰에 응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다 숨어버렸다"고 질타했다.
앞서 본지는 지난 2월 를 바탕으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 등을 매개체로 그 일대 주민 수십만명에 확산될 위험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취재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통일부가 정부출연연구기관 소속 전문가를 인용해 방사성 물질 우려를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던 문제가 드러났다. 그런데 통일부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입장을 뒤바꿔 피폭 우려를 인정하며 '전수검사'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태 의원은 마찬가지로 지난 정부에서 통일부가 '교란변수'를 이유로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2018년 탈북민 피폭검사 결과를 제시하면서 "(이상 수치가) 가장 낮게 측정된 경우가 279mGy였다"며 "국제적으로는 200~300mGy 정도만 나와도 대단히 (위험한) 것으로 본다"고 꼬집었다. 이어 "당시 한 여성은 1386mGy라는 수치가 나왔다"며 "원전에서 사고가 났을 때 사고현장에서 1시간 정도 일하고 나오면 1000mGy가 검출된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 시절 통일부는 이롭다고 (안전하다고) 했다"고 질타했다.
mGy(밀리그레이)라는 단위는 방사성 물질이 체내에 얼마나 들어왔는지 보여주는 '흡수선량'을 뜻하는데, 일상생활만 영위한다면 높아야 5mGy 수준의 분포를 보이며 CT 촬영으로 방사선을 쬐면 10~50mGy까지 오를 수 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이 같은 문제 제기를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고, 태영호 의원은 "지금 윤석열 정부의 통일부도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민간이 참여하고 감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김 장관은 "2017~2018년 이후 조사가 중단됐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서 풍계리 지역 출신 탈북 주민들을 전수조사하고 있다"며 "올해 80명가량 조사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가 나오면 민간단체 쪽으로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본지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풍계리 일대 지역 출신 주민들은 이유 모를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정확한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못해 ''이라 불러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주민이 겪는 증상은 원인 미상의 소화불량과 암 진단, 두통, 시력 감퇴, 기형아 출산 등으로 피폭 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과 대체로 일치했다.
북한 당국은 그간 '방사성 물질 유출은 전혀 없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인터뷰에 응한 풍계리 출신 주민들은 당국이 풍계리 일대 주민들의 '평양 출입'을 철저히 금지해왔다고 입을 모았다. 북한 관영매체 보도를 기준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풍계리 지역에 방문한 사례가 전무했다는 점도 확인됐다.
통일부는 올해 상반기 전수검사 방침을 발표한 뒤 한국원자력의학원을 통해 풍계리 일대 출신 탈북민 89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 중이다. 연말께 1차 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내년에도 순차적으로 전수검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태 의원은 "반드시 정부가 (풍계리 핵실험장의 방사성 물질 유출 우려에 대해) 객관적 평가를 내려야 한다"며 "과학자들조차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거나 '코드 맞추기' 식 결과 발표를 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