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진입할 것'…격랑 휩싸이는 중동

20일(현지시간) 아침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당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에서 시커먼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미국과 유럽 등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연일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강력하게 시사하며 중동 정세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22일(이하 현지시간) 현지 일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전날 밤 골란 보병연대 지휘관들에게 "우리는 가자지구에 진입할 것이다. 하마스의 작전 시설과 기반 시설을 파괴하기 위한 작전과 전문적인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할레비 참모총장은 또 "2주 전 안식일에 죽은 사람들과 상황들을 가슴속에 새길 것"이라며 지난 7일 하마스 무장대원들의 기습 공격을 받았던 상황을 기억하라고 독려했다.

그는 이어 "가자지구는 복잡하고 인구가 밀집된 곳이다. 적은 많은 것들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도 이에 대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강력하게 시사했던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의 발언에 이어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16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이스라엘의 지상전 투입 가능성이 높아지며 제5차 중동전쟁으로 일컬어지는 신 중동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지상 작전 시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등이 개입해 전선이 확대되고 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등 서방과 이슬람권을 중심으로 이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 안보 지원을 약속하고 이란과 그 대리세력인 헤즈볼라 등의 본격 참전에 대비하면서,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전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라고 권고하는 분위기다.

앞서 이스라엘을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한 뒤 연설하면서 "분노에 휩싸이지 말라"며 2001년 9·11 동시다발 테러를 당한 뒤 미국이 분노 속에 실수들을 범했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21일(현지시간) 레바논 국경 인근에서 탱크에 탑승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와 연대하는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거점인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로 여러 발의 대전차 미사일이 날아와 실사격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공세가 거세지자 주민 대피령을 확대하는 등 본격 대응에 나섰다.

이스라엘군과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레바논과 시리아 접경지대에 있는 14개 마을에 대해 추가로 대피령을 내렸다. 지난주 레바논 국경에서 2㎞ 이내에 위치한 28개 마을에 소개령을 내린 데 이은 후속 조처다.

이란은 이스라엘에 '새로운 전선'이 형성될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어 이스라엘의 우국인 미국과 이란간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마스와 연대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이슬라믹 지하드 역시 요르단강 서안으로 전선을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군도 최근 "테러 분자 제거" 등을 이유로 잇따라 요르단강 서안에 공습을 가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과 헤즈볼라 등의 전쟁 개입에 대비해 중동 지역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시작하고, 병력 증파 준비에 나섰다.

이스라엘은 이날 시리아의 다마스쿠스 공항과 알레포 공항을 공습, 항공기 운행을 마비시켰다. 이란이 헤즈볼라 등에게 무기를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한편 전쟁 발발 이후 양측 사망자는 계속 늘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가 민간인 희생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21일 오전까지 사망자는 4385명, 부상자는 1만3561명으로 집계됐다. 이스라엘에서도 1400명 넘게 숨졌고 210명이 하마스에 인질로 끌려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마스는 지난 20일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인질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인 모녀 2명을 풀어줬지만, 인질 다수는 부상자나 각종 질환자, 노약자 등인 것으로 전해져 이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산업IT부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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