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C엔터, 136억 손실 낸 걸그룹 레이블 'FNC W' 흡수합병

걸그룹 ‘체리블렛’ 등 소속 레이블
2년 새 136억 손실…합병 후 별도 반영

FT아일랜드·씨앤블루·엔플라잉·SF9 등이 소속된 연예 기획사 에프엔씨엔터(FNC엔터테인먼트)가 2년 전 야심 차게 설립했던 걸그룹 전문 레이블을 흡수합병한다. 약 150억원을 투입했는데 대부분 까먹고 자본잠식 위기에 빠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합병 후 여기서 발생하는 손실은 FNC엔터의 별도 재무제표에 반영될 예정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FNC엔터는 자회사 에프엔씨더블유(FNC W)를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FNC엔터는 FNC W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어 합병 신주를 발행하지 않는 무증자 합병으로 진행된다.

FNC W는 2021년 자본금 120억원으로 설립된 걸그룹 전문 레이블이다. FNC엔터는 이 레이블에 올 초 29억원을 추가로 투자하면서 총 149억원을 출자했다.

FNC W는 한성호 FNC엔터 대표의 동생이자 프로듀서인 한승훈 전 대표가 최초 대표이사직을 맡으면서 진두지휘했다. FNC W의 소속 아티스트로는 2021년 초 데뷔한 걸그룹 ‘체리블렛’ 등이 있다. 또 20명가량의 여성 연습생들이 FNC W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회사의 실적은 좋지 못했다. 설립 첫해 FNC W는 매출액 5700만원, 영업손실 42억원, 순손실 56억원을 기록했다. 걸그룹 및 음반 제작 비용 등을 대규모 투입했지만 매출이 거의 나오지 않아 적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역시 적자가 이어졌다. 지난해 기준 FNC W는 매출액 8억원, 영업손실 45억원, 순손실 62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는 걸그룹 관련 비용뿐 아니라 ‘단기 투자자산 평가손실’이 19억원가량 발생하며 순손실 규모가 커졌다.

단기 투자자산은 게임회사 지분이었다. 앞서 2021년 FNC W는 게임제작사 ‘피엔엑스(현 피닉스엔터)’에 20억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초 모바일 액션 MMORPG ‘아쿠아피닉스’라는 게임을 론칭했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FNC W는 피엔엑스에 대한 투자금 대부분을 1년여 만에 손실 처리했다. FNC엔터 측은 이 투자금에 대해 “피엔엑스의 대표이사 보유 주식이 담보로 잡혀있는 등 돌려받을 수 있는 계약이 있어 나중에 손실이 환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FNC W의 본업에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FNC W는 순손실 18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FNC엔터가 총 투입한 149억원 중 남은 자본금은 14억원뿐이다. 손실이 하반기에도 비슷한 규모로 발생하면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는 수준이다.

이번 합병이 이뤄지면 FNC W의 앞으로 손실은 고스란히 FNC엔터가 본업단에서 떠안게 된다. 지금까지는 자회사로서 FNC엔터의 연결 재무제표에 FNC W의 실적이 반영됐지만, 합병 후에는 FNC엔터 별도 재무제표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FNC엔터 관계자는 “합병 후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법인 유지 비용 등 각종 지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손실 규모는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FNC엔터는 FNC W와 함께 에프엔씨아카데미도 흡수합병한다. 이 회사 역시 자본금 20억원으로 설립됐지만, 현재는 자본잠식 상태다. 합병 기일은 오는 2024년 1월1일이다.

증권자본시장부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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