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기자
태양광 비리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북부지검 국가재정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 30일 출범 1주년을 맞았다. 재정범죄 합수단은 현재 '새만금 태양광'과 '안면도 태양광' 관련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지난 7월 군산시청과 태안군청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고 최근까지도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하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월2일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사대금을 부풀린 허위세금계산서를 금융기관에 제출해 태양광 발전소 공사비 명목으로 557억원을 대출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시공업체 대표 5명을 구속기소 하기도 했다.
합수단은 국가재정범죄 규모가 커지고 있으나 기존에 관련 정부기관 간 협업체계가 미비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출범됐다. 검찰과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관련 전문가 30명이 소속돼있다. 합수단은 유관기관 전문가들의 공조를 통해 조세·재정범죄와 자금세탁범죄를 '패스트트랙'으로 수사한다. 국세청·관세청·금감원·예금보험공사에서 파견된 전문가들이 범죄혐의를 포착해 분석하고, 자금 추적과 과세자료 통보, 부정 축재 재산 환수를 지원하면 검찰은 자료 분석과 강제수사, 기소, 공소유지 등 업무를 수행한다.
지난 20일 이뤄진 검찰 인사에서 민경호 부장검사(52·사법연수원 33기)가 합수단의 새 단장으로 부임했다. 민 단장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세범죄조사부장을 지낸 재정 범죄 전문가다. 지난 14일 '대우산업개발 분식회계' 의혹으로 이상영 회장과 한재준 전 대표가,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과 조세포탈 혐의를 받는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을 구속기소 한 것도 민 단장이었다.
◆시장 고교 동문에 특혜? 새만금 의혹= 감사원은 지난 6월 강임준 군산시장에게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고 보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감사원은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를 통해 군산시의 총사업비 1300여억원 규모의 육상태양광 발전사업 관련 혐의 사실을 포착했다. 이에 검찰은 군산시가 당시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강 시장의 고등학교 동문이 대표이사로 있는 건설사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강 시장은 이 업체가 연대보증 등 사업의 자금조달을 담당한 금융사가 내건 조건을 갖추지 못해 계약을 거부당하자 다른 금융사와 자금 약정을 다시 체결하면서까지 계약을 강행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감사원에 따르면 군산시가 새롭게 자금 약정을 체결한 금융사는 최소 연 1.8%포인트 더 높은 금리를 제시했다. 이에 따른 군산시의 손해예상액은 향후 15년간 11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군산시는 또 이 업체가 선정될 수 있도록 태양광 발전시설의 규모를 99㎿에서 49㎿씩 2개로 나눴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군산시는 "건설업체 대표와 자치단체장이 동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특혜를 제공했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약 110억원의 이자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건설 기간 발생하는 건설비용을 1년간만 대출하고 시민펀드가 조성되면 이를 통해 상환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합수단은 지난 7월26일 군산시청 등을 압수 수색했다. 강 시장 집무실과 군산시청 새만금에너지과 등에서 관련 원본 서류와 컴퓨터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최근 압수물을 분석해 추가로 관계자 소환 조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시행사 유착' 안면도 의혹= 충남 태안군 태양광 사업은 총사업비 5000억원 규모로 태안군 안면도 일대 폐염전·폐목장 부지 297만㎡에 전국 최대 발전 용량인 300㎿(25년간 7200GWh) 규모의 태양광 발전 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시행사는 사업 초기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태안군이 태양광 사업을 위한 목장용지의 개발용지 전용을 반대한 것이다. 그러자 시행사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과 공모해 전용 허가를 받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자부 A과장이 2018년 12월 행정고시 동기인 사업 담당 B과장을 시행사에 소개했다. B과장은 중요 산업시설에서 태양광은 제외하도록 산지관리법이 개정됐음에도 개정 전 법률을 적용해 시행사에 유리한 유권해석 공문을 태안군에 보냈다. 태안군은 이를 근거로 토지 전용 및 개발을 허가했다.
A, B과장은 2019년 4월 같은 날 퇴직 후 각각 시행사 대표이사와 협력업체의 전무로 재취업했다. A과장은 시행사 대표 취임 이후 태안군 공무원과 공모해 충남 도시계획위원회에 허위 원상복구계획서로 토지 원상복구 의무도 면제받았다. 감사원과 합수단에 따르면 원상복구 면제 혜택은 7억8000만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합수단은 지난 7월28일 이 의혹과 관련해 산자부와 태안군청을 압수 수색했다. 태안군 소속 공무원 3명의 사무실과 업무용 컴퓨터 등을 압수수색해 2018년 안면도 지역의 태양광 사업 추진 과정 당시 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 판단 여부' '대가성 입증'이 관건= 전문가들은 통상적인 행정 판단이었는지와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를 관건으로 꼽았다. 공직자 비리 전문인 한 변호사는 "특혜성 비리를 수사할 때 검사가 가장 먼저 보는 것은 특혜 없이도 인허가가 가능했었는지와 대가성의 입증"이라며 "법적으로는 인허가가 가능한데 실무적인 이유로 못 해주던 경우였다면 금전 거래 추적에 성공하더라도 '규정상 가능한데 왜 돈을 받겠냐'며 반박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태호 법무법인 로엘 대표변호사는 "공직자가 규정상 안 되는 것을 되게 해준 것인지와 비정상적인 금전 거래가 있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며 "이런 혐의 확인을 위해 담당 공무원들의 지시 사항이나 금융거래 내역 등 물적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검찰이 압수수색을 벌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