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재단 작년 기부금 14% 감소…'그룹재단 외 공익법인 출연비중 늘려야'

삼성문화재단 포스코교육재단 등 감소
기부금품수익·자산 등은 예년 수준
"그룹 재단 외 공익법인 기부금도 출연"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5대그룹 공익재단 작년 기부액이 한 해 전보다 13.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에서 운영하는 미술관 기증 작품, 후원 학교 운영비 지원 규모가 일시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민간 공익법인 평가기관 한국가이드스타가 국세청으로부터 이관받은 기부액 자료를 보면 5대그룹 산하 14개 재단은 작년 1129억4000만원을 기부했다. 2021년(1306억8000만원)보다 13.6% 감소했다. 14개 재단은 삼성 문화·생명공익·복지·호암재단, SK 한국고등교육·행복나눔재단, 현대차 자동차부품산업진흥·물류산업진흥재단, LG 연암학원 연암문화·상록·복지재단, 포스코 교육·1퍼센트나눔재단이다.

서울 용산구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을 찾은 시민들이 전시관을 둘러보는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재단 기부액이 줄어든 이유는 삼성문화재단 미술품 기증액과 포스코교육재단 학교 지원금 등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삼성문화재단이 국세청에 공시한 기부액은 2021년 38억5260만원에서 작년 2500만원으로 99.4% 감소했다. 2021년 리움·호암미술관 작품 기증에 38억5260만원을 지원했지만 작년에는 리움미술관 작품 기증에 2500만원만 보탰다. 포스코교육재단 기부액은 2021년 64억6000만원에서 작년 2억6000만원으로 96% 감소했다. 재단은 2021년 포항제철고 등 12개 초·중·고교, 유치원 운영지원금으로 64억원 규모 현금과 6000만원 규모 현물지원을 했다. 작년엔 포항제철고 등 7개 초·중·고교 재학생 장학금, 학생복지 및 학생자치활동 지원비로 2억5500만원 규모 현금과 100만원 규모 현물 지원을 했다. LG 연암학원(5억8000만→3억3000만원·-42.9%), LG 상록재단(14억5000만→8억8000만원·-39.2%) 기부금도 감소했다.

반면 SK 행복나눔재단(97억1000만→119억2000만원·22.7%), 현대차 자동차물류산업진흥재단(61억2000만→72억7000만원·18.8%), LG 복지재단(8억9000만→10억4000만원·17.2%), 포스코 1퍼센트나눔재단(114억1000만→130억10000만원·14%) 등은 기부금이 증가했다.

황희찬 축구 국가대표 공격수(울버햄프턴)가 지난 7월3일 자신이 졸업한 포항제철고를 방문해 장학금 3000만원을 전달하고 학생들과 기념 촬영하는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기부액이 줄어든 것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재계는 본다. 연도별 기부금품수익과 누적자산 등 재단 자금 지표는 예년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기부금품수익은 그룹 계열사, 외부 기관 및 개인으로부터 기부하라고 받은 돈을 의미한다. 연도별로 측정하기 때문에 해마다 달라진다. 자산은 공익법인이 번 금융자산, 기타자산, 주식 및 출자지분, 토지, 건물 등 수익과 부채 등을 포함한다. 공익법인(공익재단) 설립 후부터 직전연도까지 누적 자산을 집계한다. 재단 기부금품수익은 2021년 1323억9000만원에서 작년 1280억9000만원으로 3.3% 감소했다. 반면 누적자산은 6조6697억원에서 6조7345억원으로 1% 늘었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 계열사들이 많게는 한 해 기부금 절반 이상을 소속 그룹 재단에 출연하는 기부금 쏠림 현상이 나타나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2021년 SK하이닉스는 회사 기부금 55%(564억원 중 308억원)를 SK그룹 공익재단에 전달했다. 또 삼성전자는 39%(1674억원 중 654억원), 포스코는 34%(209억원 중 70억원), 현대차는 12%(338억원 중 40억원), LG생활건강은 2%(720억원 중 17억원)였다.

제3 기관 투명성 검증을 받은 공익법인일수록 기부도 많이 하고 자산도 잘 늘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만큼 기부금을 잘 쓴다는 뜻이다. 한국가이드스타가 발표한 작년 공익법인 871곳 투명성 조사를 보면 최고등급인 '스타공익법인' 인증을 받은 재단은 43곳으로 전체 4.9%였다. 스타공익법인이 낸 기부금은 전체의 38.9%(1조3800억원), 자산은 9.2%(6조5000억원)였다. 공익법인 4.9%가 기부금 38.9%를 책임졌다는 이야기다.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는 "이제 위탁 수준의 사회공헌 시대는 지났고 기업이 어떤 기준으로 자선 단체를 선택하고 협업하는지가 기업 지배구조의 중요한 축이 됐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직접 비영리기구 파트너를 찾고 사업을 진행하는 편이 (기부 불신이라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산업IT부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