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기자
국민권익위원회는 2017년부터 올해 5월까지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공무원 경력채용을 전수조사한 결과, 채용비리 353건을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권익위는 이와 관련해 채용 관련자 28명을 고발 조치하고 312건에 대해선 수사 의뢰하기로 결정했다.
권익위는 지난 5월 선관위 고위공직자의 자녀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지자 정승윤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을 단장으로 인사혁신처와 경찰청 인력을 포함한 총 37명의 전담 조사단을 구성했다. 조사단은 지난 7년간 임용한 총 384명의 선관위 공무원 경력채용에 대해 6월14일부터 8월4일까지 52일간의 현장조사 등을 거쳐 전수조사한 후 이날 전원위원회에 그 결과를 보고했다.
권익위 조사에 따르면 지난 7년간 선관위가 자체 진행한 162회의 경력채용 중 104회(64%)에서 '국가공무원법' 선관위 자체 인사규정에서 정한 공정채용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는 국가공무원법 위임규정에 따라 정례적 인사감사를 자체 실시해야 하는데, 중앙선관위는 인사감사를 1번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합격 의혹자는 지난 7년간 선관위 공무원 경력 채용으로 임명된 384명 중 58명(15%)으로 특혜성 채용(31명)과 합격자 부당결정(29명) 등의 사례가 적발됐다. 구체적으로 국가공무원법상 5급 이하 임기제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면 경력채용 절차를 별도로 거쳐야 함에도 5급 사무관 3명을 포함한 31명은 1년 임기의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된 후 서류·면접 시험 없이 정규직인 일반직 공무원으로 전환됐다. 또 선관위 내부 게시판에만 채용공고를 게재해 선관위 관련자만 응시하게 하고(3명), 나이 등 자격 요건에 미달한 응시자를 합격시키거나 요건을 충족하는 응시자를 탈락시키는 행위(13명)도 확인됐다.
아울러 동일 경력인 응시자 2명 중 선관위 근무자에게만 가점을 부여해 최종합격시키거나, 담당업무가 미기재된 경력증명서를 근거로 부적격자를 합격 처리한 사례와 정당한 사유 없이 합격자 결정 기준을 바꿔 서류?면접 전형 합격자를 탈락시키거나 채용 공고와 다르게 예비합격자를 추가 채용한 사실도 파악됐다.
국가공무원법 및 선관위 자체 인사규정에 따른 절차를 위반한 사례도 299건 적발됐다. 응시자격 기준을 규정보다 과도하게 제한(관련분야 실무경력 1년 이상 → 선관위 실무경력 1년 이상)해 선관위 근무 경력자에게만 응시기회를 부여한 사례 등이다. 채용공고 기간을 단축(10일 → 4일)하거나 관리·운영 직군의 신규 채용이 2013년 금지된 후에도 고위직 비서 2명을 관리·운영 직군으로 채용해 임기를 연장하기도 했다. 면접위원을 내부위원으로만 구성(11개 지역선관위 26건)해 외부 위원을 50% 이상 위촉해야 하는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 우대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가점을 부여(석사학위 3점·박사학위 5점이지만 심사위원 2명이 석사학위 소지자에게 5점 부여)하고, 응시자가 제출한 경력 등 증빙자료에 대한 검증·확인 절차 없이 181명을 합격자로 임용되는 사례도 적발됐다.
권익위는 적발한 353건 중 가족 특혜 또는 부정청탁 여부 등 사실관계 규명이 필요한 312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고, 이 중 고의성이 의심되거나 상습·반복적으로 부실한 채용을 진행한 것으로 보이는 채용관련자 28명에 대해 고발 조치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비공무원 채용 전반과 공무원 경력채용 합격자와 채용관련자 간 가족 관계·이해관계 여부 등은 점검되지 않았다. 선관위가 관련 자료 제출에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권익위는 설명했다. 부정 합격 책임 소재나 특혜 여부는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정승윤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공무원 채용 공정성은 국민이 공공기관에 기대하는 기본적인 신뢰의 문제"라며 "이번 조사 결과가 공정채용 문화 정착의 계기가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국민권익위는 '청년에게 공정한 도약의 기회 보장'이라는 정부의 국정과제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공정채용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