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걸이 중고거래했는데 내가 보이스피싱범이 됐다…'제3자 사기' 주의보

구매자와 입금자가 다른 '제3자 사기'
물건 잃고 은행거래도 중지돼 피해 막심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해 정상적인 거래를 했는데도 보이스피싱범으로 몰려 금융거래가 마비되는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했다. 물건 구매자와 계좌 입금자가 다른 이른바 '제3자 사기'였기 때문이다.

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A씨는 지난달 29일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을 통해 금목걸이를 B씨에게 팔았다. A씨는 은행 계좌로 돈이 입금된 것을 확인한 후 자기 집 앞으로 찾아온 B씨에게 목걸이를 넘겼다.

중고거래 플랫폼 제3자 사기에 이용된 금목걸이[사진출처=제보자 A씨 제공,연합뉴스]

정상적인 것처럼 보였던 이날 거래는 이후 심각한 문제들로 이어졌다. A씨는 중고 거래 20분 뒤 은행으로부터 사기가 의심된다는 연락을 받았으며, 같은 날 오후 6시엔 그의 계좌가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것으로 신고돼 그가 가진 모든 계좌의 입출금이 정지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알고 보니 A씨 계좌로 송금한 사람은 목걸이를 가져간 B씨가 아니라 제3자인 C씨였다. C씨는 B씨에게 금목걸이를 받기로 한 뒤, 돈을 부쳤으나 물건을 받지 못하자 사기로 신고했다. B씨가 C씨에게 A씨 계좌번호를 알려준 뒤 잠적했기 때문에 일면식도 없던 A씨와 C씨 사이에 분쟁이 생긴 '제3자 사기'가 발생한 것이다.

현행법상 A씨가 금융거래를 다시 하려면 C씨에게 돈을 돌려주어야 해 그는 목걸이와 돈을 모두 잃는 상황이 됐다. A씨는 억울한 마음에 경찰서를 찾았지만, 그가 계좌로 입금받았기 때문에 사기 피의자이며 금전적 피해를 보지 않아 고소를 진행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이어 은행을 방문한 A씨는 사기 거래가 아니었음을 입증하거나 C씨가 고소를 취하해야 금융거래를 재개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더구나 A씨는 피의자 신분이어서 C씨에게 먼저 연락하기 어려우며, C씨 쪽에서 먼저 접촉을 시도해야 합의도 가능하다고 했다.

A씨는 자신이 당한 일을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당장 은행 거래로 월급을 받고 생활비를 써야 했던 A씨는 자신의 경찰서 진술서를 은행에 제출했으며, 중고 거래 당시 B씨의 모습이 찍혔을 것으로 보이는 방범용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다. 지난 7일 오후 C씨가 경찰에 사건을 접수해 A씨의 피해 사실이 소명되면서 은행 계좌는 다시 열렸지만, 이미 A씨는 열흘 동안 정신적, 육체적으로 심한 고통을 받았다.

지난달 29일 A씨의 금목걸이를 챙겨 달아난 중고 거래 사기범의 모습[사진출처=제보자 A씨 제공, 연합뉴스]

A씨는 연합뉴스에 "중고 거래 후 목걸이와 돈을 모두 잃을 수도 있었고 당장 금융거래가 마비되는 피해를 보았는데도 구제받기 힘들었다. 현행법에 결함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제3자 사기'가 조직적으로 이뤄진다면 물건도 잃고 금융거래 재개를 조건으로 합의금까지 뜯길 수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A씨가 겪은 '제3자 사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중고 거래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6월에는 배달 기사가 커피와 빵을 배달하고 요금을 계좌이체로 받은 후 보이스피싱범으로 몰려 금융거래가 정지된 일이 있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타인에게 소액 입금 후 보이스피싱 의심 신고로 계좌를 정지시킨 다음, 지급정지 해제를 빌미로 합의금을 요구하는 '통장사기'수법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순금 팔찌를 643만원에 팔았던 판매자가 A씨와 똑같은 일을 겪기도 했다. 이 같은 피해를 예방하려면 중고 거래에서는 가급적 현금 거래를 하는 편이 안전하다.

이슈2팀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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