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에 반쪽짜리 회의된 G20...'인도 총리의 정치적 시험대'

9~10일 인도 뉴델리서 개최…바이든 등 참석
우크라 전쟁·시진핑 불참에 합의 타격 불가피

오는 9~10일(현지시간) 인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과 러시아의 불참이 예상돼 반쪽자리 회의가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번 회의를 주최한 의장국 지도자,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정치적 시험대에 올라서게 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분열이 확대되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의 불참을 선언하면서 G20 정상회의가 사상 처음 공동성명 없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회의로 인도의 대외적 위상을 한층 끌어올리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향후 10년 집권의 밑바탕을 노리던 모디 총리가 자칫 역으로 외교·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장관급 회의서 한 번도 공동성명 못내…견해차 여전

CNBC방송은 4일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될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공동성명이 나올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만약 관측대로 이번 회의에서 공동성명이 나오지 못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20 정상회의를 연례행사로 정례화한 이후 처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성명 도출 가능성이 크게 낮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정상회의를 앞두고 현재까지 20번 가까이 장관급 회의가 진행됐으나 단 한 차례도 공동성명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통 G20 정상회의는 재무장관을 비롯한 여러 장관급 회담이 먼저 진행돼 주요 이슈에 대해 견해차를 좁힌 뒤 정상회의에서 최종 공동성명으로 연결된다.

장관급 회담에서 가장 문제가 된 건 바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상황이다. 식량·에너지 위기부터 무역, 금융까지 전쟁 상황과 관련한 문항을 공동성명에 담으려 할 때 러시아가 매번 반대 입장을 내놔 만장일치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중국도 사안에 따라서는 러시아의 입장에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 듯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 발부 이후 해외 순방을 가지 않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 불참한다. 이번 회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리시 수낙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서방 국가 수장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 맨 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맨 오른쪽)의 손을 잡고 사진 촬영 중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시 주석이 집권 이후 처음으로 G20 정상회의에 불참하는 것도 공동성명 도출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 중 하나다. 전쟁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공동성명이 나올 수 있었던 건 중국이 부분적으로 지지, 합의에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외신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 주석 대신 리창 중국 총리가 회의에 참석한다.

중국이 시 주석의 불참 이유를 설명하진 않았지만, 외신들은 중국이 인도와 영토 분쟁 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경제적으로도 '세계의 공장'이라는 별칭이 중국에서 인도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 미국과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하고 G20 내 친미 성향의 국가와도 긴장 관계가 형성된 상황에서 서방 국가가 주도하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중국 입장에서는 불편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상회의 실패하면 모디는 외교·정치적 타격"

G20 정상회의가 공동성명을 도출해내지 못하면 의장국으로 회의를 주도한 모디 총리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두루 참여하는 다자 협력의 상징인 G20이 실존적 위협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모디 총리가 중재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피하기가 어렵다.

인도 정부 내에서는 정상들이 마지막 순간에 결과물을 도출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있지만, 겨우 공동성명을 확정했던 지난해보다도 올해 견해차가 커 현실적으로 결과물을 내긴 어렵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마이클 쿠겔만 워싱턴윌슨센터의 남아시아연구소 소장은 한 외신에 글로벌 위협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서구와 비서구 블록으로 나뉘는 건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만약 정상회의가 실패하게 된다면 인도와 특히 모디 총리는 외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싱크탱크 외교협회(CFR)의 만자리 채터지 밀러 선임 연구원은 인도가 G20 의장국을 맡으며 발생한 리스크 중 하나는 인도가 구체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끔 했다는 것이라면서 "인도가 G20을 남반구의 저개발국과 서방 국가의 가교 역할이 되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문제로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모디 총리는 G20 정상회의를 대외적으로 인도의 위상을 높이는 행사일 뿐 아니라 내년 인도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외교적 성과를 홍보하는 자리로 만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뉴델리 곳곳에는 모디 총리의 사진이 담긴 G20 정상회의 광고 포스터가 붙었다. 블룸버그통신은 G20 로고에 집권 바라티야 자나타당(BJP·인도인민당)의 로고와 비슷한 연꽃을 반영한 것도 이러한 의도를 담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년 총선에서 집권에 성공하게 되면 2014년 정권을 잡은 모디 총리는 향후 10년이라는 임기를 보장받게 된다. 모디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최근 설문조사에서 52%로 높아 현재로서는 집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제2팀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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