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송승섭기자
추석을 한달 앞두고 과일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장마와 태풍, 엘니뇨 등 이상기후로 인해 생산량이 줄어든 탓이다. 정부는 가격 인상이 큰 품목의 출하를 늘리고 세일행사를 개최하는 등 가격안정 대책 마련에 나섰다.
2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새벽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선물용으로 쓰이는 특등급 홍로사과 10kg 상자가 10만7764원에 팔렸다. 같은 상품이 지난해 8월 말 6만4730원에 낙찰됐던 것과 비교하면 4만3034원(66.4%) 폭등했다. 추석 시기에 수확하는 원황 배는 15kg 상자가 5만4325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1만835원(24.9%) 올랐다.
평균 도매가도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달 25일 기준으로 홍로사과 10kg 도매가는 8만7240원으로 전년 같은 시기 6만928원에서 2만6312(43.1%) 비싸졌다. 배 15kg의 경우 4만44048원에서 5만1960원으로 7912원(17.9%), 거봉 2kg이 1만9632원에서 2만1060원으로 1428원(7.2%) 인상됐다. 복숭아 4kg 가격은 3만5940원으로 1만8485원에서 1만7455원(94.4%)이나 뛰었다.
채소류 일부 품목도 가격이 오른 상태다. 마른고추 30kg의 도매가는 61만6167원에서 69만4571원으로, 당근 20kg은 5만4916원에서 7만4660원으로 각각 올랐다. 배추의 경우 1만6220원으로 가격 안정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양배추가 8245원에서 3235원(39.2%) 비싸진 1만1480원에 팔렸다.
과일과 채소가격이 오른 건 이상기후 때문이다. 사과 재배가 원활하려면 봄에 과일 꽃이 펴야 하는데, 올해는 냉해와 우박 피해가 발생하면서 생육이 부진했다. 게다가 지난달 내린 집중호우와 이후 발생한 태풍 카눈으로 농가 피해가 컸다. 6월 말~7월 중순 수해 피해는 5530㏊에 달했고, 태풍 카눈으로 인한 피해도 1200㏊로 잠정 추산됐다. 이 때문에 과육이 썩는 탄저병도 지난해보다 10일 빠른 7월27일 시작됐다. 배 역시 병충해와 일조량 부족으로 생육이 원활하지 못했다.
전반적인 식료품 물가는 앞으로도 불안정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국내외 식료품 물가 흐름 평가 및 리스크 요인’ 보고서를 내고 “최근 우리나라에서 집중호우, 폭염, 태풍 등 기상여건 악화로 채소·과일 등 농산물 가격이 전월 대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기상이변, 흑해곡물협정 중단, 일부 국가의 식량 수출 제한 등이 겹치면서 식료품 물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올해 강한 엘니뇨가 닥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제 곡물가격과 해외 농산물 수입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엘니뇨란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예년평균 대비 0.5℃ 이상 높은 채로 수개월 간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통상 해수면 온도가 전년대비 1℃ 상승하면, 국제식량가격이 시차를 두고 5~7% 상승한다.
정부는 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 수립에 나섰다. 품목별로 수급안정 대책을 추진하고 소비자 물가 부담을 덜기 위한 가격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상은 가격이 높은 품목으로 매주 선정하고, 1인당 1만원 한도로 20%(전통시장 30%) 할인을 지원한다. 가격 인상이 큰 사과와 배는 계약출하 물량을 전년보다 확대해 명절 성수기 수요증가에 대응하기로 했다.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향후 기상악화에 대응해 수급동향을 매일 점검하고 비축·계약재배, 수입 조치 등을 통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면서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한 할인 지원을 지속 추진하는 등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다음 달 초 동행세일 개최와 명절자금 지원 등을 담은 추석 민생안정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