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어때]진료시간 3분이면 OK?…의사도 할말 많다

환자·의사 불만에도 개선 어려워
병원, 진료보다 각종 검사 늘려
고용의사도 초과·과잉 진료 압박 받아
의사 수 늘리기 전 제대로 된 의료수가 책정해야

한국 의료보험 제도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잘 정착했고, 한국에서 여타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의사를 만날 수 있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강력한 정부 통제 아래 놓이면서, 종합병원급 이상 대형병원은 수지타산에 상관없이 필수 진료과목을 갖출 의무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한국의 의료가 정상궤도를 밟고 있다는 방증은 아니다. ‘3분 진료’가 만연한 병원에서 의사는 더 많은 환자를 보기 위해 마음이 급하고, 환자는 제대로 된 설명도 못 듣고 진료 시간이 끝날까 봐 조급한 것이 현실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병원은 ‘검사’라는 수익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12~2021년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심사 건수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의료 재정 중 진찰료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한 반면, 검사비는 증가했다. 2012년 23.8%였던 진찰료 비중이 2021년 17.1%로 감소할 때, 검사비는 12.3%에서 16.3%로 증가했다. 저자 김현아 한림대 의대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진료는 부실해지고 검사만 많아진다는 의심을 방증하는 데이터"라며 "(일례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로 한 건을 찍으면 환자 여덟 명 보는 것보다 수입이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료계의 무분별한 검사는 자원 낭비 수준이다. 종합건강검진은 온갖 검사를 포함해 패키지화됐고, 그에 따른 오진과 과도한 진단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낳았다고 지적한다. 물론 예비적 차원의 검진 성격이 없지 않지만, 건강검진 이상 소견으로 자신을 찾아온 환자 중 실제로 류머티즘 관절염 진단을 받는 확률은 10%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오히려 그렇게 의심 환자가 몰리는 사이 정작 진짜 환자는 진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고 지적한다.

이런 배경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먼저 병원의 이윤 추구를 들여다보자면, 국내 병원은 기본적으로 ‘비영리 병원’을 전제로 한다. 의료 활동에 따른 이윤을 개인적 목적에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저자는 "대한민국 병원 중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는 곳이 얼마나 되는지 의아할 뿐"이라고 꼬집는다. "현대, 삼성 양대 재벌이 초대형 병원을 건립하고 병원 바닥을 대리석으로 장식한 이후 모든 병원은 이런 외형을 따라가야 했다"고 지적한다.

저자가 지목한 문제 중 하나는 낮은 의료수가다. 실제로 국내 의료수가는 여타 선진국보다 크게 낮은 편이다. 저자는 복강경 수술 수가의 경우 미국보다 수가가 낮은 유럽의 경우도 2010년 최소 5058달러(약 676만원) 수준이었지만, 국내는 2006년부터 11년간 23만9000원 수준이었다며 "재료비의 3분의 1도 안되는 수가"라고 지적했다.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보거나. 수익이 큰 검사를 권하는 환경 압박을 받기 쉬운 구조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로봇 수술이 증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로봇 수술은 계산법에 따라 일반 복강경 비용보다 열 배 이상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것인데, 저자는 그렇지 않다는 증거를 나열한다. 한양대 의과대학 김정목 교수팀이 1981년부터 2016년까지 수술받은 환자 1700여명을 대상으로 복강경과 로봇 수술 성적을 분석해 2018년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로봇수술은 수술 시간, 합병증 비율, 비용 등 다방 면에서 복강경 수술을 능가하지 못했다.

저자는 의사가 고소득 전문직으로 평가받지만, 그 역시 병원의 ‘갑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한다. 초과 진료나 과잉 진료의 부담을 늘 지고 있다는 말이다. 저자는 동일 급여에 연장 진료를 강요하면서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둬, 네 자리에 올 사람 많아"라는 병원의 태도를 꼬집는다.

이건 의사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기저 심리이기도 하다. 의사가 많아진다고 해서, 의사나 환자들이 더 나은 대우를 받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초과·과잉 진료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금도 환자를 이렇게 많이 봐야 유지가 되는데 의사 수마저 더 많아지면 얼마나 더 과잉 진료를 해야 하고 또 수입은 얼마나 깎이게 될까?"

저자는 "우리나라 의사들은 잘 먹고 잘산다"는 인식이 모든 문제를 블랙홀처럼 흡수하지만, 환자의 권리를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의료수가 책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이렇게 주장한다. "의사, 간호사가 1인당 담당하는 적정 환자 수에 대한 선진국 수준의 기준을 마련하고 이것이 지켜지는지 철저하고 엄격하게 관리하면서 예산을 세운 후에야, 비로소 병원의 과도한 영리성 추구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적절한 수가와 인건비에 관한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다."

의료 비즈니스의 시대 | 김현아 지음 | 돌베개 | 275쪽 | 1만7000원

문화스포츠부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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