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후계자' 차남 유혁기, 국내 송환… '세월호 유가족, 가장 억울'

550억대 횡령 등 혐의… ‘세월호 참사’ 해외 도피 마지막 범죄인

세월호 참사 발생한 지 9년 만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 혁기씨(50)가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혁기씨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해외로 도피한 피의자 4명 중 국내로 송환된 마지막 인물이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 유혁기 씨가 세월호 참사 발생 9년 만에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인천지검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유씨를 체포해 4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송환했다. 검찰 호송팀은 전날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한국행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미국 수사당국으로부터 유씨를 넘겨받아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유씨를 태운 여객기는 애초 이날 오전 5시20분께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뉴욕에서 출발이 늦어져서 오전 7시20분께 착륙했다.

유씨는 입국장에 들어선 뒤 "횡령·배임 혐의를 인정하느냐, 범죄인 인도 절차에 대해 어떤 입장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재판 과정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도피했다고 하는데 어떤 입장이냐"는 질문에는 "단 하루도 도망 다닌 적이 없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할 말은 없느냐"는 물음에는 "저는 그분들이 세상에서 가장 억울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유씨는 세월호 관련 수사를 맡고 있는 인천지검으로 곧바로 압송됐다. 검찰은 유씨가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질적인 지배주주로 지목됐던 유 전 회장의 후계자로 보고 있다. 유 전 회장은 2014년 도피 중 사망했다. 유씨는 계열사 대표들과 공모해 컨설팅 비용 등 명목으로 모두 559억원을 빼돌리거나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영주권자인 유씨는 2014년 4월말 이후 검찰의 3차례 출석 요구에도 미국에 머물며 귀국하지 않았다. 검찰은 인터폴을 통해 유씨에 대해 적색 수배령을 내리고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 결국 유씨는 2020년 7월 미국 뉴욕에서 체포돼 범죄인 인도 재판에 회부됐다. 미국 법원은 이듬해 유씨를 범죄인 인도 대상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유씨는 이 결정에 불복해 인신 보호 청원을 제기했지만, 지난 1월 연방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이후에도 미국 국무부의 인도 승인 절차가 계속되자 법무부는 5월 미국 법무부 실무진을 우리나라로 초청해 4년 만에 정기 한·미 형사협력 실무회의를 재개하고 신속한 송환을 요청했다. 미국 법무부가 이 요청을 승인하면서 이번 송환이 성사됐다.

사회부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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