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마트에 이마트가 없다?' 파격 변신 '더 타운몰' 노리는 건

더 타운몰 3호점, 킨텍스점서 방 뺀 이마트
맛집·패션·레저 채워…먹고 놀고 쉬러 오도록
장보기 대안으론 트레이더스·노브랜드 활용
할인점 매출감소 속 '미래형 점포' 확대 방침

"여기 이제 이마트 없나요?"

지난 주말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더 타운몰 킨텍스점'. 저녁 식사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만차 행렬인 주차장을 지나,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느낀 건 '이마트의 흔적을 지운 이마트'라는 점이었다. 이마트는 킨텍스점을 리뉴얼하면서 이마트(할인점)를 빼는 파격적인 결정을 했다. 더 타운몰 1, 2호점인 월계점과 연수점엔 모두 이마트 매장이 있었으나 3호점인 킨텍스점에서 처음 이마트가 빠졌다는 점에서 킨텍스점은 '이마트 없는 이마트타운' 1호점이기도 하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더 타운몰 킨텍스점' 내 노브랜드에서 방문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김유리 기자].

리뉴얼한 킨텍스점은 더 타운몰이 추구하는 방향성, '지역 랜드마크 쇼핑몰'을 충실히 따라 만들었다. 매장 면적만 2만6446㎡(약 8000평)로 이마트 최대 규모지만, 대부분의 공간을 종전처럼 장보기에 할애하는 대신 대규모 체험형 테넌트(임대매장)와 문화·휴게 공간으로 채웠다.

이마트가 빠진 자리엔 1, 2층 모두 식당가(1층 푸드코트, 2층 전문식당가)가 들어섰고, '우리 동네 작은 스타필드' 느낌으로 브런치 카페와 북 카페,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어른을 위한 골프·필라테스 등 레저·스포츠, 아이를 위한 키즈카페 등이 다양하게 입점했다.

지상 2층에 들어서자 올리브영과 팀버랜드, 젝시믹스, 크록스, ABC마트 등 뷰티·패션 테넌트가 늘어서 있었다. GDR 메가골프, 모던 필라테스 등 지역민을 위한 스포츠·레저 시설도 갖췄다. 캠핑 트렌드에 캠핑용품 전문점 캠핑고래도 들여놨다. 2층 한쪽엔 한식·일식·동남아식 등을 취급하는 맛집을 한데 모은 전문 식당가 '고멜리'에도 인파가 북적였다. 맞은 편엔 인증샷을 부르는 브런치 카페 코코스도 입점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더 타운몰 킨텍스점' 내 전문식당가 고멜리에 방문객이 북적이고 있다[사진=김유리 기자].

한 층 아래로 내려가니 더 타운몰로 탈바꿈하면서 새로 입점한 노브랜드가 눈에 띄었다. 간단하게 내일 먹거리를 사려는 이들이 계산대 앞에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이마트를 없애면서 '본격적인 장보기'는 종전부터 지하 1층에 있던 트레이더스를 이용하고, 들른 김에 하는 '간편 장보기'는 1층 노브랜드를 이용하게끔 한 이마트 의도 대로였다. 이외에도 1층 까사미아, 누하스 홈, 슬로우베드, 리빙크리에이터 등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소품숍 엄마의 잡화점, 만화카페 책으로 가는 문, 쿠킹 스튜디오를 갖춘 문화센터 컬처클럽, ABC키즈마트, 탑텐키즈 등 어린이 매장을 비롯해 미식가(푸드코트), 스타벅스, 엉클피터스 등 맛집·카페가 자리했다.

이마트가 추구하는 '미래형 이마트'는 장보기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곳이 아니라, 먹고 즐기고 휴식하러 들렀다가 온 김에 장도 보는 곳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마트(할인점)는 최근 매출 성장률이 제자리걸음인 데다 영업적자가 확대되는 등 분위기가 좋지 않다. 주요점 리뉴얼 등 일시적인 영향도 있으나, 이보다 근본적으로 대형마트에 고객 발길이 예전만큼 미치지 못한다는 게 이마트 고민의 출발이다. 모바일 쇼핑의 간편함을 이길 대안은 직접 찾았을 때의 재미다. 먹는 재미, 즐기는 재미 등을 이마트에 녹여 일단은 발걸음을 하도록, 와서 지갑을 열도록 하기 위해 더 타운몰이라는 방식을 택했다.

더 타운몰로 리뉴얼한 이후 킨텍스점에 대한 초반 고객 반응은 긍정적이다.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오픈 초반 효과와 폭염 효과로 방문객이 많았다. 이마트에 따르면 리뉴얼 오픈한 지난달 21일부터 31일까지 11일간 방문객은 15만명에 달했다. 종전 지역 내에서 찾기 힘들었던 '힙한 음식점과 카페'의 등장에 1020세대 방문이 눈에 띄게 늘었고, 어린 자녀를 동반 3040세대도 많이 찾았다. 이마트는 더 타운몰 변화 후 낮아진 방문객 평균 연령으로 장기 충성고객 확보 효과도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트레이더스에서 대량 구매하기엔 부담스럽고, 노브랜드에서 소규모로 사기엔 필요량이 많을 때 적합했던 '이마트 장보기'가 사라진 데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왕에 몰이라면, 스타필드 등 테넌트가 더 갖춰진 다른 대안도 있어 '꼭 찾아야 하는 곳'이 되지 못한 점에서 한계가 있단 지적도 나왔다.

이마트는 그럼에도 더 타운몰을 이마트 미래형 점포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보고, 주요 점포를 대상으로 리뉴얼 검토를 하고 있다. 이두섭 이마트 개발담당 상무는 "더 타운몰 킨텍스점은 일산 지역 최초로 입점하는 매장만 34개에 달하는 등 테넌트 유치에 큰 공을 들였다"며 "온 가족이 즐기는 다양한 콘텐츠를 강화해 일산 지역 '최애 플레이스'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더 타운몰 킨텍스점' 내 트레이더스에서 방문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김유리 기자].

유통경제부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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