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훈기자
“키르기스스탄은 금융의 측면에서 보면 블루오션이라 할 수 있습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300달러 안팎인 개발도상국으로 대출수요가 매우 많습니다. 고도성장기 한국 같다고 할까요. 농업경영비, 관혼상제비부터 가내수공업을 위한 재봉틀 구매 비용 등 대출수요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신동철 BNK캐피탈 키르기스스탄 법인장은 1일 화상으로 진행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과 관련해 “대한민국의 시장은 이미 포화돼 있는 상태로, 레드오션 대신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것이 금융사의 역할이어야 한다고 본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BNK캐피탈은 카자흐스탄에 이어 두 번째 중앙아시아 거점으로 키르기스스탄을 낙점, 지난해 연말부터 현지 영업을 개시했다. 전체 해외시장으론 다섯 번째(동남아 3개국, 중앙아 2개국) 거점이다. 지난 5월엔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법인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BNK캐피탈이 첫발을 내딛은 키르기스스탄은 인구 700만명, GDP는 90억달러로 최근 금융사들이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이나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인접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 전체 시장이 작은 편이다. 산업화 수준도 미약하며, 농업과 광업 중심의 1차 산업이 주로 포진해 있다.
신 법인장은 이런 핸디캡에도 키르기스스탄에 진출한 이유로 ‘성장성’을 꼽았다. 출산율이 2022년 기준 3.0명에 이를 정도로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이슬람 문화권이기는 하지만 비교적 세속주의적인 편이어서 경제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단 것이다.
그는 “비슈케크(수도)에 살아보니 한 가구당 아이가 4~5명씩은 될 정도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전체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면서 “이들이 자라면 언젠가는 금융을 이용해야 하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상당한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키르기스스탄이 외자 유치에 적극적인 점, 규제 장벽도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다소 낮다는 점도 동인이 됐다. 신 법인장은 “키르기스스탄 정부가 외자(달러화) 유치에 적극적이다 보니 외국계 금융사 유치에 적극적”이라며 “규제 수준도 중앙아시아 지역은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비해 덜한 편이어서 진출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경제성장이 한창 진행되다 보니 금리 수준도 높은 편이다. 그는 “우리(BNK파이낸스)가 취급한 평균 대출금리가 28~29%인데, 시중 평균 대출금리는 33~34%에 달한다”면서 “한국보다 영업환경이 더 좋은 것도 하나의 진출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BNK캐피탈은 키르기스스탄에서 리테일 부문 라이선스만을 취득해 영업을 진행 중이다. 그는 “키르기스스탄은 아직 기업 발전이 미진하다 보니 기업 신용평가(CB) 시스템은 부재하지만, 개인 CB는 비교적 잘 구축돼 있어 리스크 관리는 잘되고 있는 편”이라며 “경공업이 발전돼 있지 못하다 보니 수공업을 위한 재봉틀이나 미비한 대중교통을 보완하기 위한 택시용 자동차 구매자금 등의 수요가 크다”고 했다.
BNK캐피탈은 수도인 비슈케크에서 선두권 캐피탈사로 올라서는 것을 당면 목표로 삼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의 인구는 700만명가량으로 많진 않지만, 비슈케크의 인구는 100만명가량으로 기존 진출 국가의 대도시와도 비슷한 수준이다.
신 법인장은 “현지 85개 캐피탈사 중 1~2위권 캐피탈사가 80%의 시장을 과점하고 있고 나머지가 20%를 나눠 갖는 구조”라면서 “(수도인) 비슈케크에서 1위를 해 본 뒤 영업망을 확대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법인장은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동남아, 중앙아 이후의 진출지로 동유럽, 지중해 연안국을 꼽았다. 그는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은 우리보다 금리 측면에서 나을 것이 없어 진출할 실익이 없다”면서 “폴란드, 우크라이나와 같은 동유럽 국가들이나 모로코, 이집트 등 지중해권도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