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돈기자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오른 땡볕 폭염 속에서도 교육권 보장과 공교육 정상화를 요구하는 수만명 교사들의 목소리가 종로 거리를 가득 채웠다.
29일 낮 정부 서울청사 인근.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오르며 폭염특보까지 발효된 이 날 검은색 옷을 입은 교사 3만명(경찰 추산 2만1000명)은 사직로 4~5개 차로를 채운 채 교권확립 대책 마련을 강하게 촉구했다.
이들은 특정 교원노조나 단체 움직임에 따른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모였다. 지난 22일에 이어 2주 연속 주말에 거리로 나왔다. 최근 교내에서 목숨을 끊은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A씨를 추모하는 의미로 모두 검은옷을 입었다.
교사들은 잇따라 연단에 올라 교권을 침해당한 사례를 공유하며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과 교사의 교육권 보장,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등을 촉구했다. 주최 측은 비수도권 교사 1900명이 버스 45대를 대절해 상경했다고 밝혔다. 대절 버스는 경기 3대, 강원 2대, 경남 7대, 경북 6대, 전남 8대, 전북 4대, 충남 9대, 충북 6대다.
광주광역시에서 21년째 초등교사로 재직 중이라는 한 교사는 지난해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한 뒤 자살 시도를 했던 경험을 밝혔다. 그는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외치는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도 "학생들에게 진로진학 지도를 할 때 교대나 사범대를 가지 말라고 지도한다"며 "기본적인 인권조차 교사들에게는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교사가 당하는 폭언과 인격 모독은 교사의 인격을 살해하는 행위이면서 동시에 미래의 교사가 될 학생들의 꿈마저 짓밟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날 집회에선 서울교육대학교 교수 102명이 참여한 '교육 정상화를 위한 성명서'도 발표됐다. 서울교대 교수들은 전국 교육대학·사범대학과 연대해 교권 회복을 위한 문제의식과 대책을 공유하고 교육공동체 인권연구소를 설립해 실효성 있는 방안을 제안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교육 당국과 정치권의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