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기자
'연어의 천국' 미국 알래스카에서 '왕연어(king salmon)'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개체 수 감소로 범고래의 생존마저 위협받으면서 어획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컨설팅회사 맥킨지의 보고서를 인용해 “알래스카에서 어획돼 가공업체에 판매되는 왕연어 양이 지난 40년간 감소하고 있다”며 “지난해 여름엔 알래스카 주요 하천으로 회귀하는 연어가 사상 최소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치누크 연어로도 불리는 왕연어는 몸길이 90㎝, 무게 13㎏ 이상으로 태평양에서 가장 큰 연어 종이다. 1963년 알래스카 지역 공식 물고기로 지정될 만큼 알래스카를 대표하는 어종이자,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관광상품이다.
NYT에 따르면 알래스카 남동부 해안에는 900여척의 어선이 있는데, 이들이 왕연어 어획으로 지역사회에 가져다주는 경제적 효과는 8500만달러(약 1076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올해 전 세계 해수면 온도가 역사상 가장 높게 관측되는 상황에 부닥쳤다. 이로 인해 한류 어종인 연어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태평양연어위원회는 2021년 보고서에서 워싱턴주 시애틀 주변 강에서 부화하는 왕연어 개체 수가 1984년 이후 60% 감소했다고 밝혔다. 키나이강에서 매년 포획되는 왕연어 개체 수가 2017∼2020년 사이 48% 이상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알래스카의 한 가공업체는 NYT에 "1985년에 알래스카산 왕연어를 1320만파운드(약 6000㎏) 구매했지만, 2021년에는 260만파운드(약 1200㎏)로 줄었다"고 전했다.
이름이 무색하게 왕연어 크기도 작아지고 있다. 한때 낚시 대회에서 잡히는 왕연어의 무게는 100파운드(약 45㎏)에 달했으나, 이제 30파운드(약 14㎏)짜리 물고기가 우승을 차지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 환경단체들은 범고래의 먹이인 연어 개체 수가 감소하면서 범고래의 생존도 위협받고 있다며 "왕연어 어획을 멈춰야 한다"는 내용의 소송까지 제기했다.
법원은 5월 왕연어 어획을 금지하는 취지의 판결을 했으나, 현재는 유예돼 지난 1일부터는 어업이 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알래스카 어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알래스카 동남부 펠리컨 섬의 한 어민은 “우리 모두 겁에 질려 있다. 생계를 유지할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중”이라고 밝혔다.
어류 생물학자 마크 스토퍼는 “어민들 모두가 왕연어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며 “기후변화로 바다가 점점 더워지고 있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