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국내 마지막 문턱을 넘었다.
문화재청은 13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 회의에서 '반구천의 암각화'를 세계유산 등재 신청 대상으로 선정했다. 2010년 잠정 목록에 등재하고 13년여 만에 대표 자격을 부여했다.
등재 신청 대상이 되려면 잠정 목록, 우선 등재 목록, 등재 신청 후보 등 절차를 차례로 밟아야 한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지난 4월 등재 신청 후보로 선정된 바 있다.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오는 9월까지 세계유산센터에 등재 신청서 초안을 제출한다. 최종 신청서는 내년 1월에 낼 계획이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인 '울주 천전리 각석(刻石)'과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통칭한다. 전자는 대곡천 중류 기슭에 각종 도형과 글, 그림이 새겨진 암석. 선사시대부터 신라시대까지 생활상이 사실적으로 표현됐다.
후자는 각종 그림이 새겨진 'ㄱ'자 모양으로 꺾인 절벽 암반(높이 4m·너비 10m)이다. 선과 점을 이용해 호랑이, 멧돼지, 사슴 등 동물과 사냥 장면을 생동감 있게 그렸다. 한반도 선사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최고 걸작으로 평가된다. 특히 작살 맞은 고래, 새끼를 배거나 데리고 다니는 고래 등 고래와 고래잡이 과정을 표현한 부분은 선사인의 창의성이 담겨 문화적 가치가 크다고 여겨진다.
문화재청은 "동아시아 연안 지역인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이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주제를 입체적으로 그린 유산"이라고 설명했다. "바위 면에 남아있는 다양한 시대의 그림과 문자도 약 6000년 동안 암각 제작 전통이 이어져 왔음을 보여주는 독보적 증거"라며 "세계유산으로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문화재위원회는 등재 신청 후보 가운데 하나인 '한양의 수도 성곽' 예비평가 요청서를 오는 9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하기로 의결했다. 유네스코에서 새로 도입한 예비평가는 등재 신청을 준비하는 초기 단계부터 자문기구와 당사국이 함께 논의하는 과정이다.
세계유산은 보편적 인류 유산이 파괴 또는 훼손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고, 유산 보호를 위한 국제적 협력과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