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경기자
술은 적당히 마시면 약이 되지만 절제하지 못하면 독이 된다. 약주(藥酒)라는 말과 독주(毒酒)라는 말이 함께 있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어느 정도 마시는 게 적당한 수준일까? 사람마다 주량의 차이가 있어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알딸딸한 상태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게 좋겠다.
헬렐레: 1. 술에 몹시 취하거나 얼이 빠져 있거나 하여 몸을 가누지 못하는 모양. 2. 정신이 온전치 못하거나 맹한 모양.
눈이 풀린 상태를 넘어 몸까지 풀린 상태를 나타낼 때 쓰는 말이다. 이쯤 되면 주변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기 십상이다. ‘헬렐레’보다 조금은 덜한 상태는 뭐라고 하면 좋을까?
해롱해롱: 1. 술 따위를 마시고 취하여 정신이 자꾸 혼미해지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모양. 2. 자꾸 버릇없이 경솔하게 까부는 모양.
‘해롱해롱’을 ‘헤롱헤롱’으로 잘못 표기한 걸 자주 보게 된다. 틀린 표기지만 틀렸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헤매는 모습을 연상해서 ‘헤’를 가져온 게 아닐까 싶다. ‘헤’라는 말이 앞에 붙으면 ‘헤프다’라고 할 때처럼 뭔가 풀어진 느낌을 준다. 다음과 같은 낱말이 특히 그렇다.
헤실헤실: 1. 어떤 물체가 단단하지 못하여 부스러지거나 헤지기 쉬운 모양. 2. 사람이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하지 않아 싱겁고 실속이 없는 모양.
‘해롱해롱’은 어감상 어느 정도 귀여운 느낌을 주는 반면 ‘헤롱헤롱’은 정신없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해롱해롱’보다 상태가 심한 상황에 어울리는 말이라고나 할까? 언젠가는 ‘해롱해롱’과 함께 ‘헤롱헤롱’도 표준어로 인정받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곤드레만드레: 술이나 잠에 몹시 취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몸을 못 가누는 모양.
술에 취한 모습 중에서도 가장 심한 상태를 보일 때 쓰는 말이다. ‘곤드레’가 홀로 쓰일 때도 있지만 ‘곤드레만드레’라고 하는 게 일반적인 용법이다. ‘곤드레’가 중심 어휘이고, ‘만드레’는 별 뜻 없이 운율을 맞추기 위해 끌어들인 말이다.
-박일환, <의성의태어의 발견>, 사람in, 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