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증원→필수의료 해결?...전문가 ‘반반’ 갈렸다

의사인력 수급추계 포럼에서 발제하고 있는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앞으로 의사 인력을 늘리지 않으면 필수의료 붕괴가 심화할지에 대한 전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도 입시부터 의대정원을 확대하려는 정부가 향후 필수의료에 필요한 의사 인력 규모를 추계하기 위해 마련한 포럼에서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정부가 의대정원을 확대한다면 증원 인력이 필수·지역의료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에 대한 예측도 함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27일 연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전문가 포럼’에서 의사 인력 수급 전망에 대한 입장을 낸 8명의 전문가 중 4명은 “의대정원을 늘리지 않으면 의사 인력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현재 맞닥뜨린 필수·지역의료의 불균형 문제에 대한 해법과 동시에 의대정원 확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앞으로 인구 고령화에 따라 의료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노동생산성 낮은 고령 의사의 증가 등에 따라 공급은 줄어들기 때문에 2050년이 되면 필수의료 의사가 약 2만2000명 부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2024년부터 의대 정원을 5%씩 확대해서 2030년까지 정원이 4303명이 되도록 하면 2050년에 부족한 의사 수를 메울 수 있다”고 했다. 신영석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 연구교수는 202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추계를 인용하며 “2030년 1만4334명, 2035년 2만7232명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는 “필수의료 공백 문제는 의사인력 총량 부족으로 인해 나타난 많은 문제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현재 의사인력의 임금이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 대비 과도하게 높은 데다 이 격차는 향후 5~10년 더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의사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단적인 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의협 측 인사인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저출산 등을 고려하면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의대정원 증원이 의료부족 문제 해결의 ‘만능열쇠’라고 보는 건 위험하다. 자칫하다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를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열악한 필수·지역의료의 근무환경 개선 없이 의사를 왕창 뽑아놓으면 인기과 쏠림과 같은 양극화 현상만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장성인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현재 의대정원 증원을 위한 의료 수요와 공급을 따지기보다는 인력 배분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했다. 오주환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레지던트(전공의)들 사이에서 필수의료에 대한 지원은 줄어들고, 인기과로 쏠리고 있는 상황이 동일하다면, 의대정원을 늘려도 지금의 분포를 더 나쁘게 할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지난해 인기과인 성형외과와 피부과의 전공의 지원율은 각각 171.8%, 163.8%를 기록한 반면, 비인기과 소아청소년과와 흉부외과는 각각 23.5%, 39.6%로 나타났다. 오 교수는 “앞으로 의사가 부족할 거란 수급추계에는 의료 수요자의 건강한 고령화, 의료 공급자의 은퇴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처럼 의사인력 확대 문제에 대한 입장은 첨예하게 엇갈리는 만큼 정부는 의협 측과 논의하는 의료현안협의체뿐만 아니라 수요자 등이 참여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꾸려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바이오헬스부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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