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훈기자
신한금융지주의 외국인 주주 지분율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KB·하나·우리 등 다른 금융지주회사들도 외인지분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낙폭면에선 신한지주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에 진옥동 회장까지 나서 자사주를 추가 매입하는 한편, 해외투자자와의 스킨십을 늘리는 모습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한지주의 지난 23일 기준 외인지분율은 58.77%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말(62.27%) 대비 3.50%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2020년 한 때 50%대 중·후반까지 내렸던 외인지분율은 올 1분기 말엔 62~63%선까지 오름폭을 키웠지만 지난달부터 재차 하락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물론 외인지분율 하락세는 신한금융만의 일은 아니다. 신한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주요 금융지주사의 외인지분율도 모두 하락세다. KB금융은 1.02%포인트 내린 72.17%, 하나금융은 0.97%포인트 하락한 69.11%, 우리금융은 0.86% 내 38.87% 등 이었다. 통상 원화 강세가 나타나면 은행주 매수가 늘어나지만, 이번만큼은 지난달부터 시작된 원화 강세에도 은행주에 대한 매도가 늘고 있다는 게 증권가의 설명이다.
금융지주사 외인지분율 하락의 일차적 원인으론 비우호적 경영환경이 꼽힌다. 연초 금융권의 ’이자장사‘를 지적하며 상생금융 확대를 주문한 당국의 고강도 규제,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충당금 적립 확대 등 건전성 제고, 순이자마진(NIM) 하락 전망 등 악재가 산적해 있어서다.
그러나 신한금융은 하락폭이 1%포인트 내외에 그치는 타 지주사에 비해 낙폭(3.50%)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금융권에선 신한금융이 2019~2020년 실시한 1조9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발목을 붙잡고 있단 평가가 나온다. 당장 2019년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 인수를 위해 발행한 약 7500억원 규모 전환우선주가 지난달부터 보통주로 전환돼 오버행(잠재적 과잉 물량 주식) 이슈를 안고 있는 상태다.
특히 2020년 진행된 1조1500억원 규모 증자 건도 남아있다. 신한금융은 2020년 9월 ‘자본여력 확충’을 이유로 어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 등을 대상으로 1조150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증을 진행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KB금융도 비슷한 시기인 사모펀드인 칼라일을 대상으로 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지만 푸르덴셜생명(現 KB라이프생명) 인수를 위해서란 목적을 들었고 상대적으로 시장과의 소통도 잘 된 편"이라며 "그러나 신한은 '중장기 성장전략을 위한 자본여력 확충'이란 다소 뜨듯미지근한 명분으로 유증을 단행하면서 불신을 산 측면이 있고, 이것이 현재 외인지분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한금융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뛰고 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 23일 약 1억7000만원 규모의 신한지주 보통주 5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지난 1월 취임후 처음으로 주식취득에 나서며 주가부양 및 주주가치 제고 의지를 분명히 했단 평가다. 이밖에도 진 회장은 이달 초순 네덜란드(암스테르담), 프랑스(파리), 영국(런던) 등을 방문, 현지 투자자들과 스킨십하면서 투자유치에 나섰다.
오버행 이슈에 대비한 자사주 소각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신한금융은 올해 들어 1분기 1500억원, 2분기 1500억원 등 총 3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했다. 이미 지난해 자사주 소각 규모(3000억원)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다만 업계에선 당분간 이런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엔 연체율 상승, NIM 하락 등 우호적이지 않은 경영환경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고, 당국도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1%를 부과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나선 상황이어서 계획대로 지주사들이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를 진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