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어스랩의 방산 도전장…실내 자율비행 드론 나온다

대전 니어스랩 미래기술연구소 직접 가보니
GPS 신호 없이 자율비행하는 드론 내년 출시
완성 단계 모델 시연…실내 장애물 피해 비행

드론 한 대가 날아오르더니 사람의 조정 없이 자율비행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곳은 사방이 막힌 실내다. 천장까지의 높이 6m에 약 590㎡의 널찍한 공간이지만 실내이기 때문에 드론의 자율비행을 위해 필요한 GPS 신호는 잡히지 않는다. 드론은 비전 센서와 라이다(Lidar) 등을 활용해 길을 찾는다. 앞으로 곧장 가라는 명령을 내리자 곳곳에 있는 장애물 앞에서 멈칫하더니 이내 피해서 비행을 계속한다. 눈 역할을 하는 센서로 빠르게 실내 환경을 파악하고 어떻게 갈지 판단해 최적의 경로를 도출하는 기술이 있어야 가능한 장면이다.

이곳은 대전시 대덕구에 위치한 니어스랩의 미래기술연구소다. 한창 테스트가 진행 중인 실내 자율비행 드론은 아직 국내에서는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이다. 이 기술을 포함해 미래기술연구소에선 말 그대로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기술을 개발한다. 자율비행 드론 솔루션으로 풍력발전 안전 점검 분야에서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던 니어스랩은 이제 이곳을 전초 기지 삼아 국방 분야에 도전장을 던졌다.

대전시 대덕구에 위치한 니어스랩 미래기술연구소에서 실내 자율비행 드론 시연이 진행되고 있다.

22일 정영석 니어스랩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실내 자율비행을 위한 소형 드론 기체가 올해 완성되고, 내년엔 솔루션 적용까지 마친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최재혁 대표와 정 CTO가 함께 창업한 니어스랩은 인공지능(AI) 자율비행 드론을 시설물 안전 점검에 적용한 회사다. 스스로 나는 드론이 풍력발전기, 댐, 교량 등 대형 인프라의 이상을 점검한다. 당연히 그동안은 주로 실외 환경에서 드론을 띄웠다. 실내 자율비행 솔루션 개발에 나서게 된 것은 이 기술이 국방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 CTO는 "내년에 실내 자율비행 드론이 실제 국방 분야에 적용 가능한 수준까지 개발돼 나온다"며 "시가전, 건물이나 땅굴 수색 등에서 수요가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군사적으로 GPS 신호가 교란된 전장이나 지하, 터널, 실내 작전 등에서 정찰, 경계에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내에서 드론이 날기 위해서는 GPS 신호 없이 자율비행을 하는 것은 물론, 덩치도 작고 가벼워야 한다. 2㎏ 미만의 드론이 필요하다. 카메라와 센서도 소형화해야 한다. 이 조건에 맞는 기존 드론 제품은 없었다. 미래기술연구소에서 드론 기체 개발까지 직접 하고 있는 이유다. 2021년 처음 연구소를 만들고 관련 연구를 시작해 그동안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드론이 비행할 다양한 실내 공간을 반영한 테스트 환경을 구축하기도 쉽지 않았다. 테스트에서 오동작도 많았다. 장애물을 잘못 인식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안정적인 자율비행이 가능하기까지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날 장애물 위치를 바꿔 다시 테스트를 해봐도 드론은 스스로 최적의 길을 새로 찾았다. 움직이는 장애물을 인식할 수 있는 단계까지 기술이 개발돼 있다는 게 정 CTO의 설명이다.

정영석 니어스랩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미래기술연구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니어스랩은 기술 개발을 마치고 최근 정부가 스타트업 등 민간 기업의 혁신 기술을 국방 분야에도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발맞춰 다양한 기회를 모색할 방침이다. 올해 대전국방벤처센터 협약기업 선정으로 국방 분야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할 기반도 확보했다.

니어스랩은 국방 분야 외 물류센터나 공장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도 관련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 CTO는 "예를 들어 물류 창고에서 재고 조사를 위해 사람이 일일이 높은 데까지 지게차를 타고 올라갈 필요가 없어진다"며 "시설물 점검이나 공공안전 등에서 범용적인 쓰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산업IT부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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