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등 '보조금 살포'에 반도체 업계 수혜

글로벌 기업 공장 유치 위해
1000억달러 이상 들여
반도체 기업, 정부와 보조금 협상
점유율 확대 효과 없다는 시각도

미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가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해외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고자 앞다퉈 보조금을 풀면서 반도체 업계들이 큰 수혜를 누리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인도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약 1000억달러(약 129조1600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풀었다고 밝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주요국의 보조금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업들은 이 틈을 타 각국에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인텔은 최근 이스라엘과 폴란드에 각각 250억달러와 46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스라엘은 자본투자 장려법에 따라 인텔에 투자액의 12.8%에 상당하는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한 인텔은 독일에 들어설 반도체 공장에도 328억달러를 투자한다. 독일 정부는 100억유로(약 14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인텔에 지원한다. 인텔은 독일 정부와의 협상을 거쳐 당초 밝혔던 규모보다 투자 액수를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의 보조금도 기존 68억유로에서 대폭 늘었다.

반도체 기업들은 각 정부를 상대로 보조금 협상까지 나섰다. 블룸버그는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가 독일 드레스덴에 공장을 설립하는 문제를 두고 독일 정부와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TSMC는 독일 정부 측에 공장 건설 비용의 50%를 일본 정부와 비슷한 선에서 지원해 줄 것을 제안했다. TSMC는 현재 일본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부지 21만㎡, 도쿄돔 4.5개 크기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전체 사업비 1조1000억엔(약 10조6000억원)의 40%인 4760억엔을 파격 지원하기로 했다.

TSMC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주요국들이 보조금을 미끼로 내걸면서까지 기업 유치에 힘쓰는 것은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최근 미·중을 둘러싼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되면서 유럽과 일본 등 각국은 위험 요인을 줄이고자 특정 국가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 축소에 나선 상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조금 경쟁으로 이득을 보는 국가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반도체 기업 공장을 자국에 유치해도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판도가 바뀌는 데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싱크탱크인 SNV의 반도체 전문가 얀 페터-클라인한스 연구원은 "최첨단 제조 능력에 대한 점유율은 지리적인 측면에서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나친 보조금 살포가 해당 국가의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TSMC의 설립자 모리스 창은 "세계 각국이 국내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고자 비용을 투입해도 반도체 자급자족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며 오히려 물가를 올리고 고금리에 고통을 받는 납세자들의 반발을 살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1팀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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