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날엔]조국 출마론 그곳…서울 관악구의 반전

조국, 총선 출마하면 관악구가 유력 후보지
민주당에 전통적으로 유리한 선거 결과
2015년 4·29 재보선은 새누리당 승리안겨

편집자주‘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제22대 총선 출마 여부는 여의도 정가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실제 출마를 선택할 것인지, 한다면 어떤 형태로 출마를 할 것인지가 관심사다. 조국 전 장관의 선거 출마 문제가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처음은 아니다.

조국 전 장관은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영입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주로 현재의 더불어민주당 쪽에서 그를 영입 대상으로 삼고, 정치 참여를 권유하는 모습이었다.

조국 전 장관이 문재인 정부에서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지만, 정치인으로서의 활동은 전혀 다른 문제다.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법적인 부담이 여전하고, 출마 자체가 가져올 정치적인 여파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최근 조국 전 장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났는데, 이는 총선 출마설을 다시 불붙게 한 원인이 됐다. 조국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따옴표“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이 부정되고 폄훼되는 역진(逆進)과 퇴행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조국 전 장관은 그동안 직접 정치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정치 메커니즘을 익혀온 인물이다. 전직 대통령을 만나서 “길 없는 길을 걸어가겠다”는 메시지를 남긴 게 정치권 안팎에서 어떻게 해석될 것인지 모를 리 없다는 얘기다.

민주당 쪽에서도 조국 전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국 전 장관 총선 출마론은 윤석열 대통령 멘토로 불렸던 신평 변호사를 통해 관심의 대상이 된 일이 있다. 신평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서울 관악구를 출마 예상 지역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실제로 조국 전 장관이 총선에 나선다면 비례대표보다는 지역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라면 본인의 고향인 부산이나 자기 모교인 서울대가 있는 관악구가 유력한 후보지다. 관악구는 민주당 입장에서 양지 중 양지로 꼽히는 곳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민주당이 고전했던 202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25개구 가운데 송영길 후보에게 두 번째로 많은 득표율을 안긴 곳이 바로 관악구다. 신평 변호사를 비롯해 정치권 안팎에서 관악구 등판론에 주목하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있다.

실제로 관악구는 민주당에 유리한 지역이다. 역대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경쟁 후보를 앞선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조국 전 장관이 실제로 서울 관악 지역에 출마했을 때 당선을 자신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관악구 선거 구도에 따라 상황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또 국민의힘 쪽에서 저격 공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후보가 출마해 표심이 분산될 수 있다는 점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 입장에서 ‘서울 출마=당선’을 자신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없다. 국민의힘이 강남이나 서초에서 당선 가능성이 수직으로 상승하는 것과 달리,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관악이나 강북, 도봉 등은 모두 보수정당 후보들이 당선된 경험이 있는 곳이다.

오신환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후보./윤동주 기자 doso7@

대표적인 사례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열렸던 2015년 4·29 재보선이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전패 쇼크를 경험했는데, 특히 광주와 관악을 지역구 패배가 뼈아프게 다가왔다.

새누리당은 관악을에서 대어를 낚았다. 당시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는 43.89% 득표율로 당선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는 34.2% 득표에 그쳤다. 박빙으로 보기 어려운 일방적인 승부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그렇게 믿었던 관악에서 일격을 당했다.

당시 새누리당이 관악 승리를 견인한 배경에는 유리한 선거 구도가 있다.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냈던 정치인 정동영이 무소속 후보로 관악을 재보선에 나서 선거 구도를 흔들었다. 오신환 후보는 자기가 얻을 수 있는 표를 얻었지만, 정태호 후보는 그렇지 못했다.

정동영 후보가 무소속으로 20.15%를 득표한 게 주된 원인이었다. 민주당 성향의 유권자들은 정태호 후보와 정동영 후보에게 표를 나눠줬다. 4·29 재보선의 악몽, 민주당 입장에서는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는 경험이었다.

관악을은 2016년 제20대 총선,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연속으로 민주당 손을 들어줬다. 2024년 제22대 총선에서도 이런 흐름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선거 구도에 따라서는 국민의힘이 다시 2015년의 영광을 재연할 가능성도 있다.

조국 출마론의 진원지로 여겨지는 관악구는 출마 후보의 윤곽이 잡힐 때까지 제22대 총선의 최대 관심 지역구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슈1팀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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