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담기자
중국의 대학 입학시험인 가오카오(高考) 작문 문제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어록이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시 주석의 사상과 어록을 공부해야 하는데, 이는 수험생에게 또 다른 부담을 안겨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중국 관영 CCTV 등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가오카오 작문 시험에는 시 주석의 연설문을 제시한 뒤 이에 대한 수험생들의 생각을 서술하도록 한 문제가 출제됐다.
제시문에는 '남의 불을 끄면 자신을 밝히지 못한다', '꽃 한송이만 피면 봄이 아니고, 백화제방(百花齊放·온갖 꽃이 일시에 핀다는 의미) 해야 봄이 뜰에 가득하며, 세상에 한 종류의 꽃만 있다면 아무리 아름다워도 단조롭다' 등의 구절이 나왔다.
제시된 첫 문장은 시 주석이 지난 3월 중국 공산당과 세계 정당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다. 당시 시 주석은 "현대화를 추구하는 어떤 나라도 단합과 협력, 공동 발전의 이념을 견지하며 공동 번영의 길로 가야 한다"며 공동 발전을 중시했다.
두 번째 문장은 2014년 3월 프랑스 유네스코 본부에서 한 연설 중 일부다. 이때 시 주석은 "중화 문명은 다른 문명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형성된 문명이며 종이 제조법과 화약, 인쇄술, 나침반 등 중국의 4대 문명은 세계의 변혁과 르네상스를 이끌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중국청년보는 "사상의 큰 깃발을 높이 들고 이상과 신념을 굳건하게 하는 문제"라고 평했다.
앞서 중국 공산당은 지난 4월 시 주석의 글을 모은 '시진핑 저작 선독'을 대학 교재로 삼고 공산당 당원 교육에도 활용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중국에서 가오카오는 출세의 발판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사교육 경쟁도 치열한데 경제매체 스다이차이징은 중국 자녀 1명이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들어가는 사교육비를 평균 52만 위안(약 9400만 원)으로 추산했다.
한편 올해 가오카오는 7~8일 이틀간 치러졌으며, 일부 지역의 경우 선택과목이 달라 10일까지 나흘간 치러지는 경우도 있다. 올해 가오카오 응시 인원은 지난해보다 98만명 늘어난 1291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